최희선 하나은행 둔산골드클럽 PB팀장
최희선 하나은행 둔산골드클럽 PB팀장
10월의 한낮 기온이 31.8도까지 치솟는 가을답지 않은 날씨는 중순에 접어들자 갑작스레 영하까지 기온이 내려가면서 이상 기후 현상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계절에 봄, 가을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렇듯 심각해진 전 세계적 이상 기후 현상으로 각국 정부는 친환경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고 점차 탈탄소에 기반을 둔 산업이 미래 경제를 발전시킬 것으로 각광받고 있다. 제26차 UN 기후변화협약 회의와 2023년 유럽지역 시범 예정인 탄소국경세 발효를 앞두고 탄소배출 저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이기로 합의했고 탄소 배출량에 대해 국경세를 부과하기로 한 바 있다. 미국 또한 2030년까지 자국 전력망의 80%를 친환경 전기로 전환하기로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로 원자력 가격은 상승하고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그린플레이션(Green +Inflation)`이 발생해 세계 경제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린플레이션이란 친환경을 뜻하는 `gree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inflation`의 합성어로 친환경 정책으로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고 이로 인해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현상을 뜻한다. 탄소 규제 등의 친환경 정책으로 아연이나 알루미늄, 니켈, 구리 등의 산업금속이나 화석연료의 공급은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증가해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다.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을 하면 할수록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와 자동차 등 다방면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 그린플레이션 투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수록 구리, 알루미늄, 니켈 등의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금속 생산업체, 탄소규제로 생산이 줄어 값이 뛰는 화석연료 등에 투자하는 것이 그린플레이션 투자다. 원자재는 실물자산이기 때문에 물가가 올라갈수록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그린플레이션의 대표상품으로는 알루미늄을 꼽을 수 있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보다 많은 양의 알루미늄이 필요하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은 제한적이니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철강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전체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정부기조를 반영해 생산량을 감축하고 있어 필연적으로 가격이 상승되고 있다.

화석연료 에너지의 궁극적 대체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소에너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미래에너지는 열이나 증기압력과 같은 과거의 기계식 에너지가 아닌 전기 에너지의 형태가 될 것이다. 수소에너지는 수소의 생산과 이동을 위한 별도의 공정이 필요하지만 기체, 액체, 고체 모든 형태로 변형이 가능해 화석연료 외에 유일하게 유휴에너지의 생산과 저장, 이동이 가능한 에너지이다. 이런 원자재, 수소에너지 등의 그린플레이션 관련 상품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그 흐름을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잎들은 가을이 주는 선물이다. 그 가을의 풍경들이 오래오래 머물러주기를 기대해 본다. 최희선 하나은행 둔산골드클럽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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