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첫 로켓 제작·발사에 큰 의미

21일 우주로 발사된 `누리호`가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국내 독자개발 발사체의 첫 비행시험으로 주요 발사 단계를 모두 이행하고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의의를 남겼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오후 7시 브리핑을 통해 "위성모사체가 고도 700㎞의 목표에는 도달했지만 7.5㎞/s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해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원하는 성과를 이루지 못했지만 성공에 무게를 싣고 싶다"며 "연소시간이 짧았던 이유는 분석해 봐야겠지만 아마 빠른 시간 안에 충분히 원인을 찾고 대책 수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로켓 발사의 첫 시도 성공률은 30%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러시아와 공동으로 개발했던 나로호도 세 번의 시도 끝에 성공했다. 2013년 3차 발사에서 성공한 나로호가 셀 수도 없이 많은 발사 연기와 두 차례 실패라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상당한 로켓 기술과 경험을 습득할 수 있었다. 이는 곧 누리호 개발이라는 중요한 토대가 됐다.

누리호 개발은 순탄치 않았다. 7년 전인 2014년 10월 29일 첫 번째 연소기 시험이 짧은 섬광을 내면서 실패했고 6년 전인 2015년 8월에는 추진체 탱크의 납품이 지연되면서 가슴을 졸여야 했다. 하지만 5년 전인 2016년 5월 3일 75t급 엔진 시험에 첫 성공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2018년 11월 28일에는 성공을 위한 예비 고사인 시험발사체(TLV) 발사까지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 3월 25일에는 누리호 1단 종합연소시험까지 성공했다. 연구진은 첫 번째 연소기 시험에 실패했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설계를 12번이나 바꿔가며 10개월 만에 연소 불안정을 극복해 냈다.

이번 발사에는 실패했지만 누리호는 이미 국내 우주기술 발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누리호 프로젝트에는 항우연 인력 250여 명 외에도 총 300여 개 국내 기업이 참여했다. 누리호에 쓰인 부품만 37만 개에 달한다. 누리호 전체 사업비의 80%인 1조 5000억 원이 참여 기업에 쓰였다. 누리호의 설계와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이 국내 기술로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발사체 핵심기술 등을 확보했다. 성공은 못했어도 이미 상당 수준의 중대형 발사체 기술을 독자적으로 습득했다. 특히 국내 산업체가 대거 참여하면서 국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 시대를 넘어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위성 모사체(더미 위성)를 싣고 발사했던 이번과 달리 내년 5월에는 0.2t 규모의 성능검증위성(소형위성)과 1.3t의 더미 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한다. 정부는 남은 추가 발사를 통해 한국형 발사체의 신뢰성을 축적하면서 민간기업에 관련 기술을 이전하고 국내 산업체를 육성·지원할 방침이다. 전남 고흥=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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