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단 정상 분리…궤도 안착은 실패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개발 11년 7개월 만인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로 발사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개발 11년 7개월 만인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로 발사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이날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1·2·3단 정상 분리에 이어 고도 700㎞에 도달하는데 성공했지만 위성 모사체(더미)를 목표 궤도에 안착하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이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륙 후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등이 정상적으로 수행됐으나, 3단에 장착된 7t급 액체엔진이 목표된 521초 동안 연소 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다. 3단 엔진이 조기 연소 종료돼 위성모사체가 고도 700㎞의 목표에는 도달했으나 7.5㎞/s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해 지구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

모든 비행 절차(시퀀스)를 성공적으로 끝냈지만 위성 모사체가 목표 궤도에 안착하지 못하면서 내년 2차 발사를 기약하게 됐다. 이번 시험 발사는 발사체 성능을 확인하는 게 주목표였기 때문에 실제 위성은 싣지 않았다.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든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다. 총길이 47.2m, 중량은 200t이다. 추력 75t급 액체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으로 묶여 있는 1단부, 75t급 액체엔진 1기가 달린 2단부, 7t급 액체엔진 1기가 달린 3단으로 구성됐다. 사업을 시작한 2010년 3월부터 내년 10월까지 총 1조 9572억 원이 투입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항우연 연구진과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 위원회`를 즉시 구성하고,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이후 문제점을 보완해 내년 5월에는 0.2t 규모의 성능검증위성과 1.3t의 더미 위성을 실은 발사체를 발사할 예정이다. 이어 2027년까지 4번을 더 발사해 실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도전을 이어간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오후 7시 브리핑을 통해 "1단과 2단, 페어링, 2단과 3단의 성공적 분리와 점화를 통해 단분리 기술을 확보한 점도 소기의 성과라 할 수 있다"며 "이는 국내에 상당 수준의 발사체 기술력이 축적됐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지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훌륭한 성과를 내줬다"며 "로켓 분리까지 차질없이 이뤄졌지만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형 발사체의 성능을 꾸준히 높이고 현재 개발중인 인공위성을 실어 올려 보내겠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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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가 우주로 향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가 우주로 향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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