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하 시인
최길하 시인
세종대왕께서 맞장토론을 제의한다. 최만리와 집현전학자 8명이 훈민정음 반대상소를 올리자 "너희가 4성7음을 아느냐, 음운을 아느냐?" 당대 대표 패널들과 디테일로 완승한다.

개천절과 한글날이 휴일과 겹쳐 그렇게 억울했나? 역사의 좌표가 단순히 노는 날의 초점인가? 좋다, 대신 그 값을 해라. 개천절? 율령(헌법)을 만들어 최초 나라를 세운 민족건국일 아닌가? 그래서 우리민족의 역(曆)은 BC 2333년을 기원, 올해 건국역사가 4354년이 된다.

일제는 우리 역사를 반 토막 냈다. 단군은 역사가 아닌 신화란다. 서기는 예수 탄생의 좌표다. 우리 역사(曆史)와 역사(歷史)의 시점이 왜 예수 탄생을 기준해야 하는가? 역사는 해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독교사관으로 넘어갔다. 서기는 세계가 쓰는 역이니 병기하되 단기를 정으로 하고 서기를 부로 하면 된다. 단군이 신화면 개천절을 먼저 지워야 한다. 그런데 기를 쓰고 대체휴일까지 하면서 신화라고?

엄연히 존재했던 역사도 지우려 하고, 정부는 눈만 멀뚱거린다. 이 틈에 중국은 "그거 우리거야!" "너들은 단군조선을 폐기했잖아?"하는 것이다. 우리역사의 강 조선(고조선)이 이렇게 되니 <부여> <고구려> <발해> 줄줄이 중국의 지류가 된다. 동북공정 판을 깔아주고 있다.

"훈민정음은 고려언문에 숟가락 얹은 것이다. 한자발음기호용으로 만들었고 중국에서 반포했다" 이게 문체부 산하 검정고시평가원 교재내용이다. 발칵 뒤집혔다. 더 기막힌 건 정부기관의 해명이다. "우리는 고치라 할 법적 근거가 없다" 교재를 내용도 보지 않고 채택한단 말인가? 김일성 남침이 민족해방전쟁이며 유엔군은 그 방해자라고 해도 이런 말을 할 텐가?

"훈민정음의 모태는 천지인(天地人)이다. 하루 이틀이면 깨우치는 글. 글을 몰라 억울한 백성이 없도록…" "4성7음이 하늘에서 나와 계절이 되고 시간이 되고. 예악(禮樂)인 질서와 정서인 음악을 거쳐, 하늘과 땅과 삼라만상이 상통하는 소리, 그래서 정음이라 한다." 성군의 뜻을 들었는가? 개천절 한글날이 기를 쓰고 노는 날이더냐?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이 못난 후손으로 그 뿌리가 마르고 있다.

최길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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