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기업에서는 가짜 출장으로 출장비를 타 먹는 사례가 단 한 차례만 적발돼도 문제가 된다. 이게 상습적으로 벌어졌다면 중징계를 받고도 남았을 일이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수공은 허위출장에 대한 감시 및 제재 수단이 전무하다. 허위 출장으로 인해 지출된 출장비만 해도 수억 원에 이를 텐데 회수하지도 못할 판이다. 출장 결과보고가 없고 영수증을 제출할 의무도 없어 허위 출장자 추적이 어렵다고 하는데 납득이 안 간다. 출장을 갔으면 보고서로 출장 기록을 남겨두는 것은 기업 경영의 상식이다. 임직원수가 5000명을 넘는 거대 공기업이 이토록 허술하게 직원 관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수공의 허위 출장이 연간 수천 건에 이른다는 사실은 직원 몇몇의 일탈로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조직 전반이 부패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가짜·허위 출장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일어날 리 없다. 국회나 중앙부처 출장이 이 정도인데 다른 곳으로 출장 간 직원들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됐을 리 만무하다. 공직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감사실이나 직원을 관리하는 부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러니 수공에 `청렴도 꼴찌 공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는 것이다. 수공은 국민권익위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최근 3년 연속 4등급을 받는 수모를 당했는데도 이 모양이다. 겉으로는 `물처럼 투명하고 깨끗한` 공기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내부의 정화기능은 무너진 지 오래인 것 같다. 수공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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