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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포럼] 점점 똑똑해지는 원자력기술

2021-10-19 기사
편집 2021-10-19 07: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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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최기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능형원자력안전연구소장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인기영화 아이언맨을 보면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JARVIS)가 나온다. 자비스는 'Just A Rather Very Intelligent System'의 단어 첫 자를 딴 이름이며 번역하면 '그냥 좀 많이 똑똑한 시스템' 정도가 된다. 주인공 토니가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 때 자비스는 토니의 명령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설계를 변경하면서 최적의 슈트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영화 속 근사한 설계과정은 필자와 같은 공학자들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다. A社와 S社의 핸드폰에는 'Siri'와 'Bixby'라는 지능형 음성비서가 내장되어 있고 우리 집 TV 셋톱박스는 '기가지니'가 리모콘을 대신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은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일론머스크는 5년 내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과학은 실험분야와 이론분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발전해왔다. 물리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초기에는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물리법칙을 먼저 이해했다. 경험과 실험데이터가 쌓이면 자연스레 물리모델로 정리된다. 공학자들은 물리모델을 응용해 인류의 편의를 위한 제품을 만들었다. 만약 물리모델의 허점을 발견하거나 측정 기술의 진보로 새로운 물리현상을 관찰하면 다시 과학자들이 전면에 나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렇듯 실험분야와 이론분야는 역할분담을 통해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과학은 궁극적으로 실험을 통해 우리 주변의 물리현상을 이해하고 그 결과를 수학적인 모델로 집약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은 전통적인 물리법칙을 바탕으로 하는 수학적 모델이 없어도 학습만으로 물리현상을 근사하게 예측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수학과 물리법칙을 몰라도 기계적인 학습을 통해 기본원리를 습득하여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걸음마를 배울 때 뉴턴역학을 몰라도 수없이 넘어지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넘어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과거에는 불가능했으나 진보한 컴퓨팅 기술 덕택에 가능해진 것이다. 영화 속 자비스는 사람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토니의 상식적인 명령뿐만 아니라 괴팍한 지시에도 재치 있게 대응하는 것을 보면 무한대에 가까운 기계학습을 통해 물리법칙을 대체하는 기본원리를 습득했을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는 대표적인 종합 공학시설로서 부품수가 약 100만 개에 이르며, 거의 모든 분야의 공학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실험과 모델개발을 통해 원자력기술을 고도화하였으며 세계 최정상의 설계 및 해석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원자력 강국이다. 특히, 가동 중인 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이고 가동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원전을 지능화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능형 IoT 센서를 설치해 운전 상태를 정확하게 감시, 진단하고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가동 중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을 통합 시뮬레이팅하는 가상원전 기술은 우주, 해양용 초소형원전 등 새로운 원자력시스템을 설계하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주변의 기기들은 더욱 지능화되고 있다. 자동차도 과거에는 기계장비였으나 이제는 전자장비에 더 가까워지고 있지 않은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자비스와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원전에 설치되어 원전을 더욱 안전하게 운영하고, 또 인류와 함께 차세대 원자로를 설계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최기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능형원자력안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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