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백과사전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는 인도에서 발명해 아랍을 거쳐 유럽에 전해졌다. 아라비아 숫자에 관한 최초 기록은 825년 알 콰리즈미가 쓴 책에 나온다. 숫자 표현법을 뜻하는 영어단어 알고리즘(algorism)은 알 콰리즈미 이름에서 유래했다. 숫자는 때로 호명의 도구가 된다. 전세계 흥행 기록을 갱신한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인물들은 이름 대신 숫자가 새겨진 체육복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숫자는 장소와 장소의 이동도 매개한다. 숫자를 뺀 전철이나 시내버스 노선은 상상하기 어렵다. 때로 거기 적힌 숫자들은 단순한 수 이상의 정서를 환기한다.
가령 노회찬 버스라고도 불리는 서울의 시내버스 6411번은 삶의 짠내와 고단함, 그리고 순결함을 떠 올리게 한다. 광주광역시에는 옛 전남도청과 국립5·18민주묘지 등 1980년 5월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잇는 518번 시내버스가 있다. 숫자는 역사의 상흔 공유에도 유용하다. 달빛동맹을 맺은 영호남 대표도시는 각각 228번, 518번 시내버스를 운행한다. 광주의 228번은 우리나라 최초 민주화 운동인 1960년 `대구 2·28민주운동`을, 대구의 518번은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각각 상징한다.
애국충절의 고장 천안에는 독립기념관이 있다. 이웃한 아산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얼이 깃든 현충사가 있다. 천안시는 독립기념관행 시내버스를 815번으로, 아산시는 현충사행 시내버스를 장군의 탄신일인 428번으로 정하면 어떨까? 천안아산의 특성 설명에 `815번`, `428번` 보다 더 적확한 것이 있을까 싶다. 실현은 행정의 몫이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