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폐기물 철거해야" vs "주변지역 안전 우려"
공사중단 건축물 철거 과정서 남겨져

지난해 7월 두정동 건물해체 작업이 진행되던 공사장에서 뜯겨진 PHC파일 상부가 깨진 콘크리트 더미 위에 놓여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지난해 7월 두정동 건물해체 작업이 진행되던 공사장에서 뜯겨진 PHC파일 상부가 깨진 콘크리트 더미 위에 놓여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천안]상업지구 한복판 지하 8m 땅 속에 훼손된 PHC파일(건물의 기초공사용으로 사용하는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들어진 말뚝) 322개가 묻힌 채 방치돼 있다는 주장에 천안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물 유치권을 행사하던 업체들이 용도를 잃은 PHC파일은 건축 폐기물인데도 불구하고 시가 방임하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는 것. PHC 파일들은 건축주의 부도로 10년 간 공사가 중단된 건물을 해체하면서 남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제보자와 천안시 등에 따르면 두정동 상업지구 일원 6,358㎡ 규모의 대지 약 8m 깊이에 PHC파일 322개가 묻혀있다. PHC파일은 무른 땅의 지내력을 높이기 위해 박는 기초공사용 말뚝이다. 지름 450㎜, 길이 23m의 PHC파일들은 45㎝ 간격으로 토지 전반에 넓게 박혀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이 콘크리트 말뚝 위에는 매트 콘크리트(철근을 배근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바닥 기초공사)와 지어지다 만 지하 3층 높이의 건물이 있었다. 지난해 6월 이 건물의 해체 공사가 이뤄지며 매트 콘크리트를 제거하는 과정 중 PHC파일의 상부가 뜯어졌으며 파일의 나머지 부분은 인발되지 않은 채 그 위로 흙이 채워졌다.

당초 이 곳은 영화관이 들어설 지하 3층 지상 5층 규모의 상업시설이 지어질 예정이었다. 지난 2007년 12월 착공했지만 곧이어 건축주의 부도로 2010년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건축 중인 건물을 제외한 토지는 2012년 11월 천안 소재 A건설사가 50억 원에 매입했다. 이후 건물의 유치권을 행사하던 시공사 24개사는 A건설사와 건물 인수를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고 A건설사는 전 건축주를 상대로 건축물 철거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건물해체 결정으로 시공사들의 유치권은 사라졌다. A건설사는 해체공사 지불 능력이 안 되는 건축주 대신 법원에 대체집행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해 6월 대체집행을 진행해 올해 1월 건물 해체를 완료했다.

건물 유치권자였던 B씨는 지난해 7월부터 천안시청에 건물해체 과정에서 PHC파일을 제거하지 않은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았다. B씨는 건축물철거 소송 당시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 2018년 건축물 철거 소송 항소심 판결문에는 `이 사건 건물과 층수, 규모나 구조 및 용도가 다른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이 사건 토지의 지내력을 높여야 할 경우 기존 PHC 파일을 비롯한 기초공사 시공부분을 사용하기 어려우므로 지하층 기초 및 파일 등을 제거하고 다시 새로운 건물에 적합한 토공사를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B씨는 "철근이 드러난 채로 땅에 묻혀 있는데도 해체를 허가하는 천안시는 환경오염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용도를 잃었으니 건축폐기물을 묻어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19년부터 계속 담당자들에게 PHC파일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서로 미루기만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천안시 공무원 4명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천안시는 절차상 하자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해체허가를 내준 전 천안시 건축과 담당자는 "당시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파일은 건축물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A건설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PHC파일을 인발할 경우 주변지역 안전에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A건설사 관계자도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PHC파일을 인발하지 않은 데에는 법적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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