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얼마 전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다. 가족 중 연로하신 부모님과 의료진인 동생은 먼저 맞았지만, 손이 느린 나는 잔여 백신을 늘 놓치곤 했다. 마치 2000년대 초반 대학생 시절 수강신청 전쟁을 다시 치르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백신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1, 2차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었다. 2차까지 접종을 하고 나니 일단은 심리적으로 크게 안심이 된다. 안전 문자에서도 확진자 수가 완만하게 줄어드는 것이 보이니 안도감이 더해졌다. 오는 28일 대전시민의 70%가 백신 예방접종을 마칠 것으로 예상되고,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시점에서 일상회복을 단계적으로 진행한다고 하니, `위드 코로나`, 일상으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이런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감염병을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소위 `재건`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 아닐까?. 감염병이나 지진, 테러 등 국가적 재난에 따른 심리 반응을 살펴보면, `사전반응-영웅-허니문-환멸-재건`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친다고 한다. 재난 발생 초기에는 구조대, 의료진을 응원하고 국민적으로 단합하는 시기가 나타난다. 국민적 단합과 사회적 긴장으로 일정 기간 자살이 감소하는 시기가 오며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남들과 비교하는 경우가 줄어들게 돼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도 한다.

하지만 일종의 `허니문 시기`를 지난 이후에는 지연되었던 우울과 심리적 스트레스가 자살률을 높이는 현상이 2-3년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일어나기도 한다. 사회적 지원이나 구호가 줄어들게 되면 `환멸`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재난지원금의 범위나 지원 규모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도 같이 재난 지원의 한계를 깨달으며 부정적 반응이 표면화되는 시기다. 이 시기가 지나면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시기인 `재건` 단계가 오는데 11월부터가 바로 이 재건 시기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미친 영향`에 대한 OECD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의 우울 수준은 36.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21.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불안 수준도 멕시코(50.0%), 영국(39.0%), 미국(30.8%) 다음으로 높은 4위(29.5%)로, OECD평균(28.0%)을 웃돌았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실시한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위험인식조사를 보면 국민의 `불안` 수준은 60.2%로, 우울 수준을 높이는 `분노`를 경험한 비율은 6.7%에서 21.6%로 증가했다.

한의학의 사상체질의학에서는 이러한 슬픔과 분노의 감정, 즉 애노지기(哀怒之氣)가 상승하는 기운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태양인, 소양인은 이 애노지기에 치우쳐서 신체에 질병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억지로 반대 감정인 희락지기(喜樂之氣), 즉 즐겁고 기쁜 일을 일부러 만들어 보충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슬프고 화난 감정에 더 휘둘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단기간에 무리한 모임이나 활동보다는 서서히 우리 몸과 마음에 적응할 시간을 주며 일상을 회복해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지나친 방역 긴장감 완화로 재유행과 확산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점진적이고 완만하게 보통의 나날로 돌아가기를 바라본다. 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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