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 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윤학 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우리는 친구의 전화를 받으면 반가워하며 만나자고 한다. 그러나 만나서 무엇을 하는가? 집값이나 대장동, 이재명과 윤석열 홍준표를 이야기한다. 친구를 만나는 게 아니라 뉴스와 정치인을 만날 뿐이다. 친구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진실은 친구를 만난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발행하는 <월간독자 Reader>를 즐겨 보낸다. 그러면 "독자는 얼마나 되냐, 돈은 되냐"부터 묻는다. 편집위원 중에 유명인사라도 있으면 어떤 관계인지 궁금해 한다. 글에 담긴 진실을 나누고 싶은데 사실만 알아내려고 애쓴다.

언젠가 수십 년간 고위 공직에 있던 사람의 전 재산이 몇 천만 원에 불과한 걸 두고 언론에서는 그가 청렴결백하다고 떠들썩했다. 알고 보니 그는 퇴근 후 술집에 틀어박혀 월급을 술로 낭비했다. 그가 청렴한 공직자였을까. 무책임한 가장이었을까? 재산이 적다는 사실만 강조하다 보면 재산을 탕진한 무책임한 진실은 덮여버린다.

현 정권은 다주택자에게 과도한 세금을 물리면 주택값이 안정될 거라고 큰소리쳤다. 서민을 위한 정책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세금이 오른 만큼 주택값도 임대료도 올라 결국 서민들의 집 구하기는 훨씬 더 힘들어졌다. 이것이 진실이다.

미국과 패권을 다퉜던 소련이 공산화 초기 무상분배로 열렬한 박수를 받았지만 점점 국민들을 무능하게 만들어 거지꼴이 되었다. 무상으로 돈만 풀면 생산 증가는 없는데 시중에 돈만 쌓여 물가가 올라 생활은 오히려 궁핍해진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세금을 더 부과해 서민들에게 나누어주면 소득이 늘고 소비로 이어져 경제가 성장하고 그 결과 소득이 또 증가한다는 소득주도성장을 고수했다. 부분 부분의 사실만 좇으면 서민들의 소득이 늘어야 했다. 과연 그랬는가!

소득주도성장의 허구를 현 정권이라고 몰랐을까?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뭔가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돈 주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표를 얻기 위해 그럴듯한 이론을 사실처럼 내세워 합법적으로 돈을 뿌리는 것이 진실 아닐까.

대장동 사건도 누가 얼마를 먹었느냐 같은 단편적 사실이 강조될수록 거대한 진실은 덮이고 만다. 택지개발은 기획 단계부터 비용과 수익을 미리 계산하고 실행에 들어간다. 아파트 몇 채를 얼마씩 분양할지 곱하기만 하면 수입이 정확히 계산되고, 땅값과 건축비를 평당 얼마로 할지 곱하면 비용도 아주 쉽게 계산된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는 나중에 아파트값이 얼마나 오르고 수익이 얼마나 될지 인가할 때 어떻게 알았겠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일반적인 사실을 끌어들인 그럴듯한 거짓이다. 택지개발업자가 분양가에 따른 수익과 분배를 시뮬레이션해보지 않고 개발을 시작할 리도 없고, 인가권자가 그걸 검토하지 않고 인가할 리도 없지 않은가. 이것이 진실이다.

당시 인가권자였던 이재명은 나중에 분양가가 5억으로 오르면 그 수익에 따라, 10억으로 오르면 더 많은 초과 수익에 따라 달라질 수익 분배까지도 택지개발 시초부터 훤히 알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가 당연히 넣어야 할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빠뜨렸다면 명백한 배임일뿐더러 스스로 부실한 행정가임을 자인한 것이다.

지금도 반값주택이니 기본소득이니 무엇 무엇을 해주겠다는 후보들이 많다. 약자들을 위한 것처럼 보이는 공약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반값주택이나 기본소득을 줄 만큼 돈을 가진 것도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빼앗아 주겠다는 것인데 강도나 하는 짓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대장동 특혜 사건을 보라! 강도가 빼앗은 것을 강도가 갖지 누구에게 나누어주던가. 이것이 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공약에 열광한다. 거짓이 사실을 덮고, 사실이 진실을 덮을 때 세상은 암흑에 갇히게 된다.

곧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대통령감이 없어 걱정이라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진정 걱정해야 할 것은 거짓을 사실로 말하고, 사실로 진실을 덮는 후보들에 열광하는 우리들의 탁한 눈이 아닐까. 진실은 진실을 찾으려는 자에게만 다가오는 선물이다. 그럴듯한 사실과 거짓으로 국민들을 눈멀게 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누구를 대통령으로 세워야 할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조금이라도 더 진실하게 살아온 사람다운 사람을 선택하겠다는 우리의 맑은 눈이 간절하다.

윤학 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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