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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골프장 유감

2021-10-14 기사
편집 2021-10-14 07: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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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이 땅에 골프가 들어온 지 100년이 넘었다(물론 정확한 숫자에 대한 논란은 있다). 그 짧은 기간에 '은근과 끈기'의 민족이 '매너와 배려'의 게임에 흠뻑 빠져들었으니 이제 한국에도 제대로 된 골프문화가 뿌리 내릴 때가 됐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집계를 보니 지난해 전국 501개 골프장에서 라운드 한 골퍼가 4,6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전국 골프장 홀(hole) 수로 나누면 매 홀 당 4,700 여 명이 몰린 셈이다. 골프 쪽에서 또 하나의 세계 1위 기록을 세운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작명법대로 이걸 'K 골프'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이 신기록(?)은 곱씹을수록 씁쓸하다. 지난해 경제활동을 비롯한 모든 분야가 위축됐는데 골프장 이용자수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인 2019년의 4,170만 명보다 500만 명 이상이 늘어났다니... 놀랍다. 격리와 폐쇄, 제한과 감소라는 단어가 역사적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시기에 증가율이 10%를 넘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방문한 골퍼가 늘었으니 당연히 골프장은 어느 때보다 호시절을 맞았을 텐데 대다수 골프장의 요즘 '작태'는 우리가 바라는 건강한 골프문화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우리 시대의 만물박사 네이버(Naver)에 따르면 문화는 '인류의 지식, 신념, 행동의 총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골프문화의 개념에는 '골프와 관련된 가치와 지식 체계, 관습과 신념, 행동'에 대한 모두 정의가 포함돼야 할 것이다. 골프는 예로부터 '신사들의 스포츠'임을 자부해 왔다(물론 요즘은 숙녀와 청년들도 골프장을 많이 찾기 때문에 새롭게 재정립될 필요는 있다). 이 '꽤나 근사한 운동'의 문화는 골퍼는 물론 전문선수나 미디어, 골프장 경영자들이 앞장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그린피 등 이용료 인상과 관련한 골프장들의 최근 행태는 단순히 공급이 수요를 결정한다고 점잖게 설명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도 보다 50% 이상 늘었다는 통계를 보면 폭리와 횡포라는 말밖에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

골프장에서 파는 식음료 가격은 보통 시중 가격의 10배가 넘는데 고질적인 문제가 된지 오래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개별소비세가 면제되는데다 종합부동산세 등에서 일반세율을 적용받는 등 세제상 많은 혜택을 받는 대중 골프장들의 태도는 불쾌감을 넘어 분노를 유발한다. 어느 대중 골프장의 주말 입장료가 회원제 보다 많은 37만 원에 달한다는 보도는 능히 공분을 살만 하다. 그동안 18시 이후 식당 사용 등을 하지 못했지만 샤워 등을 하지 못해 수도세, 전기세, 인건비 등을 아낄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신감을 느낄 정도다. 한 골프장이 늘어난 소득을 숨기기 위해 국세청에 비용을 부풀려 신고했다는 보도는 분노에 기름을 붓는다.

듣기로는 극히 소수의 골퍼들이 알음알음으로 연결돼 권리회복 차원에서 골프장들에게 부당함을 제기하고 횡포를 지적하는 실력행사에 나섰다고 한다. 본격적인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전개되기야 어렵겠지만 심정적으로 응원하는 골퍼가 많을 것이다. 최근에 라운드 한 골퍼들이라면 1990년대 말 유행한 영화의 제목을 떠올릴 것 같다. 제목은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다. 이 영화의 장르는 잔혹하기 그지없는 슬래시 무비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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