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전 세계는 백신만 개발되면 곧 `노멀` 예전의 일상으로 복귀할지 모른다고 1년 전 환호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안타깝게도 코로나19의 종식은 요원해 보인다. 이놈의 질긴 바이러스는 좀처럼 우리 곁을 쉽게 떠나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백신 접종률이 상당한 국가들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with) 코로나` 전략을 이미 취했다. 우리 정부도 11월에 방역대책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즉, 고령 취약계층 90%, 18세 이상 일반 국민 80% 정도가 예방접종을 받은 뒤 2주가 지난 시점인 11월 둘째 주가 예상 시점이다.

위드 코로나의 의미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면서 점진적으로 일상으로 복귀해보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르느라 지쳐서 그런지 위드 코로나를 방역의 완전한 완화 조치로 여기거나, 코로나19의 종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절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이어진 방역상의 피해(사망자, 중환자, 확진자)를 막기 위해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수해 왔던 정책을 백신 접종 후 어떻게 다시 방역상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가를 고민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준비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인류는 백신접종 또는 바이러스에 직접 걸리든지 해서 면역을 획득한 사람과 백신 미접종으로 향후 코로나 바이러스에 언제든지 걸릴 확률이 있는 사람, 즉 면역 획득자와 그렇지 못한 자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문제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이 확률 상 각 나라마다 약 25%는 존재하는데, 이들로 인한 예상치 못한 확진자 수의 급격한 증가와 그에 따른 방역상 피해의 총량을 줄이는데 위드 코로나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준비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위드 코로나를 실시한 나라에서 상황이 악화된 예가 있다. 캐나다의 앨버타주는 백신 접종률이 다른 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65% 상태에서 호기롭게 위드 코로나를 실시하자면서 밀접 접촉자 추적, 격리, 마스크 착용 등 대부분의 코로나 관련 규정들을 해제했다. 이후 불행히도 연일 확진자 수 증가와 입원 환자 증가로 4차 유행과 함께 의료 체계의 붕괴로 미접종자들만의 팬데믹이 아닌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 미국도 백신 접종률은 70%를 넘었지만 예상치 못한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미접종자의 입원 환자 증가로 4차 대유행이 오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국가들 대부분에서 확진자 수는 오히려 방역 규제 완화 이전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 델타 변이의 전파 속도가 빠르다는 반증이다. 델타 변이는 "정말이지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았다"고 미국의 감염병 학자는 한탄하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해서 위드 코로나가 진행 중인 이유는 예방 접종으로 인해 사망률과 중증으로의 이환율이 예방 접종 이전보다 감소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완료는 미접종자에 비해 증상도 경미하며 델타 변이로 인한 입원 예방에 96%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국내의 경우도 완전 접종률이 현재 60%를 넘긴 상황이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음에도 확진자 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다음 달 위드 코로나 방역 지침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하루 확진자 수는 일일 만 명 이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바이러스 입장에서 살펴보면 자신의 종족 보존을 위해서 숙주인 인간을 죽이지 않고 살려 두면서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퍼지게 하는 전략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 방역 지침을 틈타 그동안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려 코로나19도 다시 한 번 기승을 부릴지 모른다. 코로나 제로의 세상은 쉽게 오지 않을 수 있다. 위드 코로나는 그야말로 함께 하는 것이다. 함께 위험을 분산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계적 일상으로의 회복 절차임을 명심해야 한다. 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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