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권 중첩 천안·아산시
시내버스·전철 환승 천안·아산 각자도생
대규모 공연장·빙상장 중복 투자 우려
천안아산행정협의회 한계 노출 개선 필요

천안시와 아산시가 각각 실내빙상장과 문예회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체육.문화시설의 중복투자 우려도 낳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천안예술의전당, 아산시이신순빙상장·체육관 모습. 사진=천안시 제공·윤평호 기자
천안시와 아산시가 각각 실내빙상장과 문예회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체육.문화시설의 중복투자 우려도 낳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천안예술의전당, 아산시이신순빙상장·체육관 모습. 사진=천안시 제공·윤평호 기자
천안시와 아산시는 충남의 제1, 2도시이다. 지난 5월 기준 천안시와 아산시 인구는 각각 65만 7775명, 31만 9225명. 두 도시 인구를 합산하면 충남도내 인구의 46.14%에 이른다. 경계를 맞댄 두 지역은 반목도 했다. KTX 역사 명칭 분쟁이 한 예이다. 1990년 6월 경부고속철도 기본계획 확정 후 천안아산 양 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역 명칭을 두고 수년간 대립했다. 갈등을 촉발한 KTX 역사 명칭이 `천안아산역(온양온천)`으로 확정된 지도 17년이 흘렀다. 두 지역은 상생의 역사도 썼다. 천안아산 주민들 편의증진을 위해 들어선 천안아산상생협력센터가 상생 역사의 대표적 산물이다.

천안시와 아산시의 상생기조는 최근 시내버스와 수도권 전철의 환승 도입 방식에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등 균열도 노정하고 있다. 대규모 문화·체육 인프라의 중복투자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전철·시내버스 환승 각자도생=천안은 2005년 1월 20일 수도권 전철이 개통했다. 2008년 12월 수도권 전철 운행구간이 아산 신창역까지 늘며 천안아산의 명실상부한 수도권 전철 시대를 개막했다. 천안아산의 전철 역사는 현재 10개이지만 연내 탕정역(아산)이 개통한다. 아산의 풍기역 신설이 확정됐고 천안시의 부성역 신설 추진 등을 감안하면 천안아산 수도권 전철 역사는 더욱 증가할 예정이다. 천안아산의 수도권 전철 이용자는 증가세이다. 도로교통량 통계연보를 보면 천안아산의 2019년 수도권 전철 1일 승·하차 인구는 7만 3531명. 천안역을 제외한 9개 전철역 모두 3년간 최대 0.24%P, 최대 11.22%P 이용자가 늘었다.

수도권 전철이 천안아산의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뿌리내리며 시내버스와 전철의 환승 문제가 불거졌다. 천안아산의 수도권 전철과 시내버스 환승 사안은 민선 6, 7기 지방선거에서도 주요 의제로 부상했지만 진척은 더뎠다. 올해 들어 천안아산 양 지자체가 내년 시행 목표로 수도권 전철과 시내버스 환승 도입에 속도를 내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교통편의 제공이라는 정책 목표는 동일하지만 방식은 양 지자체가 상이하다.

내년 1월 1일부터 수도권 전철·시내버스 환승할인제 전면 시행 계획을 발표한 아산시는 `충남형 환승할인제 방식`을 채택했다. 충남형 환승할인제는 광역 전철·시내버스 간 3회까지 환승(4회 탑승) 할인을 선결제 후 보상으로 제공한다. 이용을 위해선 국토교통부가 도입한 알뜰교통카드를 발급 받아야 한다. 아산시는 수도권전철·시내버스 환승할인에 소요되는 내년 사업비로 20억 원을 추산했다. 천안시는 광역 전철과 시내버스 환승 시 전철 기본요금을 지원하는 `천안형 환승할인제` 도입을 선택했다. 천안형 환승할인제는 별도의 카드 발급 없이 현재 이용 중인 교통카드를 사용해도 누구나 실시간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천안시는 수도권 전철 운송기관과 협약 체결, 시스템 개발 협의가 막바지 단계이다. 내년 3월쯤 시행 가능성이 높다. 천안형 환승할인제 시행에 따른 천안시의 연간 재정 부담액은 70억여 원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별도의 시스템 구축비용도 30억여 원이 소요된다.

천안시와 아산시의 수도권 전철과 시내버스 환승 방식이 엇갈리며 천안을 운행하는 아산지역 시내버스 이용자는 전철 환승제가 실현돼도 혜택을 누릴 수 없는 등 사각지대 발생이 불가피하다. 환승시행 효과도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천안아산이 동일한 환승 방식을 취한다면 도비 지원이 수월하지만 각자도생하며 도비 확보 부담도 커졌다. 충남도는 광역교통 환승할인 방편으로 국토교통부의 알뜰교통카드 활용에 힘을 싣고 있다.

△대공연장·빙상장 건설 중복 투자 논란=시민들 수요에 부응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각종 인프라 확충은 지방자치단체 책무이다. 문제는 책무 실현에 상당한 재정이 수반되고 자칫 지자체간 중복투자 우려도 낳는다. 천안시는 총사업비 740억 원 규모의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으로 2012년 천안예술의전당을 개관했다. 천안예술의전당은 1642석 대공연장을 비롯해 443석의 소공연장, 미술관 등을 갖췄다.

아산시는 오세현 시장 취임 이후 아산문예회관 건립 재추진에 나섰다. 건립방식은 초기 재정부담 경감을 위해 천안예술의전당과 같은 BTL을 선택했다. 지난해 7월 아산문예회관 민간투자사업 제안서 접수 결과 계룡건설산업(주)이 참여했다. 계룡건설산업은 1124억 원을 투입해 아산문화공원 내 권곡동 448-11번지 일원에 각각 1000석, 300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소공연장 건립 등을 제안했다. 아산시는 올해 부산연구원에 민간투자사업의 타당성 및 적격성 조사 용역을 의뢰했다. 민간투자사업은 비용편익분석(B/C) 값 등 타당성 및 적격성 조사 결과가 `1`을 상회해야 한다. 부산연구원의 용역 중간 점검 결과 문예회관의 B/C 값은 0.03에 불과해 타당성 및 적격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칫 BTL 추진이 좌초될 수도 있는 형편이어서 아산시 시름이 깊어졌다.

현직 공연예술 전문가는 "내년 천안아산 고속도로가 개통하면 중부권 최대 규모 대공연장을 보유한 천안예술의전당에 아산의 접근성이 더욱 편리해진다"며 "BTL사업도 어차피 자치단체가 재정을 충당해야 하는 만큼 무리하게 독립적인 대공연장 건립 추진 보다 인구나 재정추이를 보아가며 적기를 판단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조혜경 아산민예총 지부장은 "지금 아산에 절실한 건 무턱대고 큰 규모로 지어 놓고 지역예술인들은 설 수 없는 1000석 이상 대공연장이 아니라 제대로 된 무대시설 등을 갖춘 중소규모의 전문 공연장"이라고 말했다.

천안시는 아산에만 소재한 체육시설의 신설을 구상하고 있다. `실내빙상장`이다. 천안시가 주택도시보증공사, 민간사업자와 함께 동남구 원성동 31-15 구 오룡경기장 터에 추진하는 `오룡지구 민·관협력형 도시재생리츠사업`의 공공시설에 실내빙상장이 포함됐다. 빙상장 규모는 아산시 풍기동에 위치한 이순신빙상장과 동일한 국제규격의 아이스링크(61m×30m)가 검토중이다. 도시재생리츠사업의 천안시 수익을 대신한 공공시설의 하나로 빙상장이 건립되면 운영은 천안시가 맡게 된다. 아산시의 경우 빙상장 운영비로 매년 19억여 원을 시비에서 지출하고 있다.

지역 체육계 한 인사는 "유지·관리에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실내빙상장을 연접도시마다 신설하는 것이 적절한가 의문"이라며 "스포츠 시설의 다양성 증대는 꾀할 수 있겠지만 종목간 격차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권종 전 선문대 교수는 "천안아산은 생활공동체에 가까운 공동생활권"이라며 "서로 갖고 있는 자원을 공유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식의 수도권 전철·시내버스 환승 추진, 대형 인프라 사업의 중복투자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개선책으로 윤 전 교수는 양 지자체장이 회장으로 선임된 천안아산행정협의회를 협력적 거버넌스 기구로 재편해 중복사업의 재정낭비 요소를 줄이고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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