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가 특정 개선안 선택 요구하자, 그대로 수용한 소방본부
이은주, "갑을관계 뒤바뀐 이상한 후속조치" 지적

이은주 의원실 제공
이은주 의원실 제공
대전소방본부가 지난 6월 소속 항공대 수중낙하 훈련 중 설정고도 이상에서 뛰어내리다 항공대원들이 중상을 입은 사고와 관련, 책임 당사자인 민간 임차 헬기업체로부터 본인들에게 유리한 후속조치 안을 선택하도록 요구받고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민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라는 게 소방본부 측의 공식 입장이나, 계약상 `갑`의 위치에 있는 대전소방본부가 과도하게 업체 측의 입장을 배려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6일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대전소방본부 자료에 따르면 대전소방본부와 임차계약을 맺고 있는 민간 헬기업체 `헬리코리아`는 지난 6월 21일 대전 동구 대청호 일대에서 인명 구조 훈련 당시 발생한 사고 책임업체로, 사고를 당한 2명의 항공대원들은 설정 고도(5미터)보다 2-3배 이상 높은 고도에서 뛰어내리라는 민간 헬기 기장의 지시를 따르다 변을 당했다.

이 사고 이후 지난 6월 29일 헬리코리아측은 대전소방본부에 `3가지 방안`을 담은 `다목적 소방 헬기 운항 관련 해결 방안 통보의 건`이란 공문을 보냈다.

그러면서 "1번 안을 선택해 헬기를 운항하며 개선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 드린다"고 명시해 사실상 1안 선택을 요구했다.

1안은 현행대로 헬기운항을 하면서 사고 당일 대원들에게 하강 지시를 내린 기장 (1명)만 교체하는 안이다. 업체측 설명에 따르면 이 경우 3개월이 소요된다.

이를 `조건부 승인`한 대전소방본부측은 이 의원실에 "검토 결과 (3안인) 항공대 비행을 중지하고 2명의 기장을 동시에 교체하면, 최대 6개월 소요기간이 필요하다"며 "긴급한 재난사고에서 대전시민의 안전을 위해 항공구조 서비스 운항을 6개월간 중지할 수는 없다"고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대전시민의 안전`만 고려된 것은 아닌 듯 보인다는 게 이 의원은 지적했다.

실제 7월 1일 행정부시장 보고용으로 작성된 `항공대 사고에 따른 조치계획 보고`에는 "회사 경영상 기장 2명 교체는 계약 파기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어렵다는 입장"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회사측이 `계약 파기`를 운운하며 강하게 뜻을 전달하자 대전소방본부가 `순순히 이를 수용`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간업체인 헬리코리아가 이처럼 `갑`의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전 대화동에 위치한 이 업체는 국내 최대 민간항공기업으로 평가된다. 대전소방본부로서는 불만이 있어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지역 소방관계자들의 전언이라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이 의원은 "(2020-2023년 3년간 총 사업비 45억 원의) 혈세를 쓰면서도 정당한 요구조차 할 수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지며 "임차헬기로 발생한 사고임에도 임차업체의 제안 중 업체에 유리한 제안을 채택한 것도, 소방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선택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체 소방헬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조속히 계획을 세우고, 경찰 수사 결과 업체 귀책 사유가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백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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