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팀 정민지 기자
취재2팀 정민지 기자
경제적 관념이 없었던 어린 아이는 막연하게 평범하디 평범한 삶을 꿈꿨다. 아이에게 평범한 인생이란 당시에는 어른일 줄 알았던 30살 즈음의 나이에 가정을 꾸리고 집을 마련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 아이가 상상한 이 평범함은 `라떼는 말이야` 시절에서 끊겨 서민들에겐 이루기도 버거운 수준까지 와버렸다.

요즘 시대를 반영해 `화중지병`(그림의 떡)을 대체할 네 글자로 `내집마련`을 내세우고 싶다. 제자리걸음인 월급을 뒤로 하고 치솟는 집값에 그 이유가 있다. 많은 이들이 이를 상쇄(?)하고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고자 했지만 대출 규제가 연일 이어지며 이젠 그마저도 쉽지 않다.

전국 집값 상승률이 지난달 기준 14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연일 상승세를 보이지만 대출 절벽 또한 그만큼 견고해지면서다. 최근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 이어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지던 전세자금대출까지 규제의 손길을 뻗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은 실수요와 직접 연결돼 있다는 판단 아래 그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왔지만 멈추지 않는 가계 빚 증가 속도에 결국 규제 문턱에 올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실수요자에게 영향을 최소화한 가계부채 대책을 이달 초중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책 안에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 규제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당분간 대출 보릿고개는 지속될 전망이다.

집값은 널뛰고 대출길은 하나둘 막히면서 서민들은 내 집 마련에서 전셋집으로, 전셋집에서 월셋집으로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 어렸을 적 당연하게 여겨졌던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은 어느덧 실현 가능성이 희미해질 대로 희미해진 헛된 기대처럼 돼 버린 모양새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향후 여기서 더 추가될 규제와 정책으로 대출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벌써부터 불안감이 덮쳐 오고 있다. 규제에 규제를 더한 땜질식 처방에 서민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라떼는 말이야` 시절로 돌아가기에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린 것은 아닌지, 평범한 삶은 가장 평범하지 않은 삶이 돼 버렸다. 취재2팀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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