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위암협진팀 교수
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위암협진팀 교수
지난 2년간 우리에게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주고 있는 사건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 누구도 의심의 여지없이 코로나19 감염증을 뽑을 것이다. 매일 들리는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들, 상황은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고 있고 희망과 예측은 일찌감치 이번 상황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종식이라는 말보다는 공존 혹은 타협이라는 방식으로 코로나에 대한 대응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변했다. 코로나와 관련한 변화는 이제 새로운 일상이 돼 버렸다. 잠깐 볼 일이 있어 문 앞에 나섰다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스크가 없는 맨 얼굴을 확인하고 허둥지둥 마스크를 가지러 집으로 다시 돌아갈 때가 있다.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고, 만나는 사람의 수와 장소, 심지어 시간까지 국가가 통제하는 세상이 오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것도 첨단과학과 기술 그리고 자유와 권리가 빛을 발하는 이 `위대한 21세기`에 말이다. 변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갑작스럽고 감당하기에는 그 결과가 너무나 크다. 정리가 되지 않고 혼란스럽다. 이미 현실이 돼버린 이 불편한 일상들. 코로나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며, 왜 이런 혼란을 주는 것인가?

첫 번째, 코로나 바이러스는 당당하게 지금 인류는 전염병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확실하게 증명해 주었다. 물론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흑사병, 나병, 결핵, 콜레라, 장티푸스 등은 역사속의 일이 됐고 정복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세상은 많이 발전했고, 개선된 공중위생 그리고 효과 좋은 항생제와 백신의 개발은 이제 더 이상 전염병이 우리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암이나 혈관질환 등이 더욱 중요한 건강의 위협요소로 생각하게 됐고 보건영역의 관심과 자원이 이 분야의 극복에 집중돼 왔다. 이런 자만과 방심에 경종을 주는 것인가. 아니면 역사는 순환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가르쳐 주는 것일까. 인류와 함께 존재했던 이 바이러스가 코로나19라는 이름으로 인류생존을 위협하는데 있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염병은 행동양상과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주요한 특징이다. 그 불확실성은 끊임없는 불안감을 만든다. 결국 과학의 진보와 근대화라는 나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둘째, 코로나 시대는 우리에게 `기존의 가치와 생활이 과연 전부인가? 아니면 다른 대안은 없는가?`라고 묻는다. 학교는 반드시 등교하는 교육이 당연한 것인가. 왜 모여서 하는 수업이 전부이며 더 우월하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하는가. 온라인수업이 흔해진 요즘 학생들이 가끔 등교하는 대면수업을 하게 되는 경우, `왜 학교에 나가야 하죠`라고 묻는 일이 있다고 한다. 소위 비대면 수업에 익숙한 세대에게 기존의 대면수업이 오히려 어색한 일이 됐다. 결혼식과 장례식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슬픔과 기쁨을 전하는 방법이 항상 현재의 것만 최선인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고민을 요즘 하게 된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관혼상제에 마음을 전하는 것은 인류의 도리가 됐다. 얼굴을 보고 인사를 건네는 `대면`이라는 부분이 결혼과 장례에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히려 만나는 것이 서로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최대한 다수가 만나서 마음을 전하는 이런 방식이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 보편적인 결혼식과 장례절차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결혼식과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 그리고 마음껏 일정을 알리지 못하는 당사자의 심정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이 그저 답답해서 하는 이야기다. 다른 대안을 고민하고 인정해야 할 때다. 결혼이나 장례의 기본 취지나 뜻을 유지하면서, 반드시 대면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식도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한편으로 소위 `작은 결혼식`이나 `가족 장례` 등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정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위암협진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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