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글로벌 인기 드라마 1위를 기록한 넷플리스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우며, 넷플릭스 사상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적 열풍을 반영하듯 극중 게임을 체험하는 영상 등이 올라오고, 프랑스 파리 도심에서는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두 번째 생존게임인 설탕뽑기를 체험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노숙까지 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생존게임이 주는 긴장감과 액션, 그리고 한국드라마에 빠지지 않은 휴머니티의 매력이 세계인에게도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알게 한다.

지난 달 유엔총회 특별행사 개최 섹션에서 청년과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전세계에 전달했던 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 더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 등을 소개하며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참 대단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영화, 방송, 음악 등을 통해 한류라는 흐름으로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세계에 인기리에 소비되고 있다. 그 성과는 다양한 소재, 그 바탕이 되는 인적자원, 그리고 가장 중요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콘텐츠에 건축이 함께 자리매김하지 못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도시개발을 국가주요산업으로 지정하고 도심 주요지역의 고도제한폐지 및 용적률 상승 등 과감한 규제개혁을 실행하면서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며, 도심의 얼굴을 바꾸고 있는 곳이 있다.

최근 도쿄는 도심을 개조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는데, 그 중 하나가 화장실 프로젝트다. 일본재단이 도쿄 시부야 구와 함께 추진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러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참여하여 내년 여름까지 17개의 작품을 공개한다고 한다. 더럽고, 무섭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공중화장실 공간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된 프로젝트에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되기 위해선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휠체어가 지나다닐 수 있는 충분한 공간, 인공배설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루 위생시설, 아기 의자와 기저귀 테이블, 소수자를 고려하며,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이용하는 것 등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건축가에는 건축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4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구마 겐고, 소우 후지모토 외 산업디자이너 마크뉴슨까지, 16명의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총출동했다. 건축을 전공한 필자로선 거장들과 창의적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공공성을 가진 건축물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프로젝트이며, 그러한 인적자원과 투자가 부러울 뿐이다.

지난해 `투명 화장실`을 지으면서 크게 화제 된 반 시게루는 화장실에 들어가기를 꺼렸던 사람들을 위해 평소에는 투명하지만, 사람이 들어가 문을 잠그면 불투명하게 변하는 스마트기술과 파격적 발상을 접목했다.

안도 다다오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작품으로 유명한데, 금속 루버를 외피로 세워 빛과 바람을 안으로 들이는 화장실을 선보였다. 아이들이 뛰노는 공원에 위치한, `오징어 화장실`은 놀이터로 꾸며져 있으며,도쿄 올림픽 주 경기장을 설계한 구마 겐고는 주위 숲과 어우러진 나무를 외장재로 숲의 오솔길이라는 제목처럼 화장실을 기능에 따라 다섯 채로 나누었다.

다섯 개의 오두막은 각진 삼나무 판자로 이루어져, 숲의 자연적인 분위기를 이어, 산책하며 만날 수 있는 조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코로나시대를 대변하듯, 화장실의 모든 기능을 터치하지않고 사용할 수 있는 음성시스템으로, 디자인의 무한한 가능성과 현재 기술을 접목한 미래산업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장실도 곧 오픈한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건축 콘텐츠가 되어 세계 여러 도시에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 이 또한 또 다른 문화의 힘이다.

도시 재개발은 도시의 낡은 곳을 수선하는 것이 아니라, 첨단을 입히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는 작업이다. 재개발과 도시재생의 붐이 일어나는 요즘,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미래상은 무엇인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모두를 위한 건축 콘텐츠를 만들기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때이다. 김양희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