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성 손해보험협회 대전센터장
조호성 손해보험협회 대전센터장
필자는 평소 운전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보니 생전 처음 가보는 지역으로 가게 될 경우에는 내비게이션에 특히 많이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워낙 낯선 곳에 가게 되는 때에는 내비게이션의 안내음성을 잘 듣고 있어도 가야 할 방향을 놓치게 될 때가 있다. 게다가 고속도로에서는 차가 워낙 빠른 속도로 주행 중이라, 잠깐의 부주의로 안내음성을 못 듣거나 제때에 차로 선택을 하지 못하면 당초에 가야할 코스를 놓치고 어쩔 수 없이 한참을 돌아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고속도로 인터체인지(IC)나 분기점에 방향별로 분홍색이나 초록색의 노면 표시가 돼 있으면, 그 색깔 표시만 잘 따라서 운전하게 되면 잘못된 길로 접어드는 난처한 경우가 많이 줄어들게 된다.

요즘 자동차를 타고 시내를 달리다 보면 가끔 도로 위에 표시된 분홍색 선을 만나게 된다. 바로 대전시가 교통사고 예방은 물론 자동차 사고를 이용한 보험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 봄부터 설치한 노면 색깔 유도선(color lane)이다.

이 선은 앞에서 보았듯이 원래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등에서 주행차로를 확실하게 알려주기 위해 설치됐던 것을 시내도로에도 도입한 것이다. 시내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다 보면 자기가 주행해야 할 차선이 헷갈려 다른 차들과 접촉사고가 날 뻔한 경우가 흔하게 일어난다. 운전석이 높은 SUV 같은 차량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일반 세단 형 승용차량들의 경우는 낮은 운전석 높이로 인해 차선을 분간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런 이유도 있다 보니 교차로에서는 차량 간 접촉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보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점을 보험사기에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1차로는 좌회전만, 2차로는 좌회전과 직진이 가능한 교차로에서 실제 발생하고 있는 사례다. 1차로에서 좌회전하던 차량이 원심력에 의하거나 운전 부주의로 차로를 조금만 이탈하더라도 2차로에서 좌회전하던 차량이 고의로 급가속을 해 접촉사고를 야기하고 보험금이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1차로는 좌회전만, 2차로는 직진만 가능한 교차로에서 2차로에 있던 차량이 진행차로를 위반해 좌회전을 하고 있을 때 그 차량의 뒤에 있던 1차로 차량이 급가속을 해 추돌사고를 야기하는 경우다.

이런 유형의 교통사고나 보험사기를 예방하는데 노면 색깔 유도선은 매우 도움이 된다. 사실 대전시가 시내도로에 노면 유도선 설치사업을 전국 최초로 시행한 곳은 아니다. 지난해 8월부터 전국의 다른 광역시도에서도 설치가 추진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대전시는 전국에서 노면 유도선 설치사업이 가장 모범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는 곳이다. 이미 시내 26개 교차로에 설치작업이 완료됐고, 사고감소 효과 등을 분석해 100개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인접한 충청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이 노면 유도선 설치사업이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노면 유도선을 따라 운행할 때 운전자들도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 교차로에서 유도선을 따라 좌회전을 하더라도 방심하지 말고 유도선이 끝나는 지점까지는 계속 주의를 기울이며 운전해야 한다. 좌회전하자마자 마음을 놓게 되면 자칫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차량이 옆 차로로 넘어가 접촉사고의 위험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로에는 지키면 안전한 여러 가지 색깔의 선이 그어져있다. 횡단보도 앞에는 길을 건너는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흰색의 정지선이 있다. 정면충돌로 인한 대형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황색의 중앙선도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선이 있다. 교차로의 안전한 통행을 위한 분홍색의 노면 유도선이 바로 그것이다. 조호성 손해보험협회 대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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