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도시 배려 않는 천안시 행정
동일 생활권 아산시와 갈등 촉발
앞으로 연담도시 정책 염두에 둬야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천안과 아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양 시의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천안지역 신규 소각시설 입지를 일방적으로 선정해 예정지 인근 아산지역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천안시는 최근 서북구 백석동 백석환경에너지사업소에 2000년 11월 준공된 폐기물 소각시설 1호기의 대체시설 건설 절차에 착수했다. 내구연한 15년보다 4년을 초과한 시설이다. 천안시는 타당성조사용역을 통해 대체시설 건립 적격지로 후보지 3곳을 검토했다. 후보지 3곳 중 2곳은 1호기 현 위치와 인근의 백석환경에너지 사업소 부지다. 또 다른 곳은 목천 매립장 인근이다.

용역 결과 2호기 소각시설과 통합운영·관리가 용이하고 환경기초시설 연계성 우수, 증기판매 수요처 확보로 수입 증대 가능 등의 장점을 지닌 `후보지 1`이 추천됐고, 천안시는 선정했다. 후보지 1은 백석동 571-1번지 일원으로 현재 음식물 자원화시설 차량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아산시 음봉면 삼일원앙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13일 아산시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천안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1호기 대체시설 입지 선정과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와 500여m 떨어진 소각시설 1호기 보다 천안시가 신규 건립하고자 하는 소각시설 입지는 불과 300여m 거리로 더 근접해 환경피해가 우려된다"고 건의서를 통해 주장했다. 이어 신규 소각시설 입지가 아파트와 더 가깝게 된 상황이 입지선정위원회의 불공정 구성에서 촉발됐다고도 했다. 천안시가 신규 소각시설 입지선정위원회에 동일 영향권 내 아산 주민들을 배제해 아산 주민들의 환경피해가 가중되는 입지 결정이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안시는 올해 시의원 2명과 공무원 2명, 시의회에서 선정한 주민대표 3명, 시장이 선정한 전문가 2명 등 위원장 1인 포함 11명 이내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 운영했다. 아산시민을 배제한 입지선정위원회는 3차례 회의를 갖고 용역 결과 추천된 `후보지 1`을 입지로 만들었다.

선정 후보지는 실제 아산 음봉면 삼일원앙아파트를 비롯 아산지역 일부 주민들의 생활권 내에 가깝게 위치해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의 문제를 접한 아산시는 지난 24일 보도자료 등을 통해 `천안시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1호기 대체 시설 설치사업`에 대해 천안시의 행정절차 개선을 촉구했다.

음봉면 삼일원앙아파트, 태헌장미2차아파트, 산동2리 등 1300여 명 집단거주지역 주민의 요구사항인 `주변영향지역 주민 이해 설득 없는 소각시설설치 반대`, `아산시 주민이 배제된 입지선정위원회 재구성` 등을 천안시에 요구한 것이다. 아산시는 이어 음봉면 주민과 부서 의견을 취합해 설명회 실시 요구 등을 포함한 공문을 발송하며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아산시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부당함을 알리고도 있다.

이 사안의 본질은 `소각장`보다 `위원회`다.

위원회는 일반 행정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어느 정도 독립된 분야에서 기획, 조사, 입안, 권고, 쟁송의 판단, 규칙의 제정 따위를 담당하는 합의제 기관이다. 특수한 행정 분야에서 일반 행정청의 권한에 소속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행정 사무를 맡기도 한다.

위원회 구성의 목적과 방법은 공정성을 담보로 한다.

그런데 이번 천안시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은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공정성을 결여시켰다. 천안시는 같은 시기인 지난달 중순 `천안시민의 상` 심사위원회 구성에서도 비슷한 잡음을 일으켰다.

시의회에 심사위원 추천 요청을 하고도 추천받은 의원들이 `심사의원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방 통보한 것이다. 다양한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이었다. 실수라고 해명하며 신속히 사과했지만 `일방통행 행정`에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미흡한, 배려없는 행정이 애먼 양 시민들간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최근 본보를 통해 지역 전문행정가가 제안한 `연담도시(conurbation)` 정책 논의를 다시 제안해 본다.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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