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와 공급 시장논리 외면
'세금과 규제'가 화 키운 꼴
실수요자 배려정책 전환을

장중식 지방팀장
장중식 지방팀장
서민경제를 옥죄는 `부동산 광풍`에 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2019년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23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 이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월 기준 1% 상승률을 보였다. 전셋값의 1%대 상승률은 2011년 11월(1.33%) 이후 9년 만에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셋값이 최근 1년 사이 급등한 것은 지난해 8월 임대차 2법이 시행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금 중과를 맞은 다주택자들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기 시작하면서 매물은 더 감소했다.

통상적으로 주택매매나 전월세 동향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많이 인용한다. 하지만, `퍼센트(%)`로 표기되는 집계치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역마다 사정도 크게 다름에도 평균치를 적용한다. 특히 거래 후 신고되고 발표되는 시점은 최소 한 두달이 시차가 발생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대전을 비롯 세종과 충남 등 충청권에서 부동산 광풍은 멈추지 않았다. 국회의사당 바람으로 불기 시작한 세종지역 아파트는 최초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이 수 억 이상 오른 곳도 부지기수다. 세종과 인접한 대전 유성 지역 아파트 또한 30% 이상 오르는데 걸린 시간이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흐름을 보는 시각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세계적인 추세라는 말과 함께 대출규제라는 카드를 꺼냈을 뿐, 후속책 마련에는 메아리가 없다.

냉정히 따져보자. 지금과 같은 흐름이 대출이 늘어 부동산이 올랐을까, 아니면 가격이 올라 대출이 늘어났을까. 정부는 전자의 시각에서 시장을 분석하는 모양새다. 시중에 유동성 자금이 많아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대출을 막아야 한다는 것. 반면, 시장은 턱없이 오른 부동산 가격의 갭을 맞추기 위해 추가 대출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맞서고 있다.

가령 3억 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이 1년 후 집값이 1억 올랐다 치자. 다른 곳으로 이사하려해도 자산의 가치는 늘지 않는다. 오른만큼 지불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택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빌렸다면 이자 부담 또한 추가경비가 된다. 내 집이 아닌 임차인의 사정은 더 어렵다. 집값이 오른 만큼 보증금을 올려주거나 오른 보증금을 일부 월세로 부담하는 `보증부 월세`를 택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불안감을 넘어 평생 세입자로 살아야 한다는 자괴감마저 들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흐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정부는 대출만 틀어막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8%대를 넘어섰다. 문제는 틀어막힌 대출 수요는 다른 곳에서 터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을 조이자 풍선 효과로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제1금융권에서 외면당한 사람들이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을 넘어 제도권 밖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가계부채량을 조율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결국 대출 질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한반도를 휩쓴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방법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규제와 세금으로만 통제할 수 있다는 `부동산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

우선적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수요자들을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 무주택자가 1주택을 마련하거나 전세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면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밀어부치는 동안 청년과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전세자금대출과 정책모기지 대출, 집단대출은 실수요 대출`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후속대책 마련에 필요한 시간을 연말까지로 잡은 이유를 정부에 묻는다. 더는 쓸 카드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를. 장중식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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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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