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박물관 특별전 '선비, 난세를 살다'
애국지사 송병선·송병순 생애 주목
선비정신·구국의지 등 엿볼 수 있어

대전시립박물관 특별전 `선비, 난세를 살다`에서 최초 공개된 이준 열사 간찰. 사진=대전시립박물관 제공
대전시립박물관 특별전 `선비, 난세를 살다`에서 최초 공개된 이준 열사 간찰. 사진=대전시립박물관 제공
대전은 도시 곳곳에 옛 선비들의 삶이 묻어나 있어 `선비 도시`로 통한다. 하지만 이들이 생전 어떤 인생을 살다 갔고, 추구했던 가치를 어떻게 실현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다면 대전시립박물관 특별전 `선비, 난세를 살다`를 감상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상설 전시실 리모델링과 경관 조명 개선으로 새 단장을 마친 시립박물관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이번 특별전은 오는 12월 5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는 대전지역 항일 애국지사 연재 송병선·심석재 송병순 형제의 삶과 업적에 주목했다. 우암 송시열의 후손으로 그 도학과 의리정신을 이어받은 이들은 국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상소문을 올려 해결책을 진언하는 등 구국활동을 펼치다 순절했다. 대전 지역 유학자 형제가 꿈꾼 세상은 어떤 것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살아갔는지 함께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기획됐다.

시립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지난해 8월 송병선·송병순 형제를 기리기 위해 지은 사당인 문충사에서 기탁받은 2만여 점의 유물 중 주요 유물 74점을 공개한다.

전시실을 들어서는 순간 송병선·송병순 형제의 초상화를 통해 애국지사의 숨결과 비분강개를 마주하게 된다. 이어 을사늑약의 파기와 을사오적 처단, 의로써 궐기해 국권을 회복할 것을 건의하는 내용이 담긴 상소문과 통문, 유학정신과 우국지심이 담긴 간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최초 공개된 `이준 간찰`에는 송병선의 순국을 안타까워하며 동생 송병순을 위로하던 이준 열사의 심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아울러 자결을 선택한 송병선의 전말이 기록된 `청파일기`에서는 격동의 시대 속에서도 선비들이 잃지 않으려 했던 가치와 국권회복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전시는 여행문학가로서 송병선의 면모도 담았다. 덕유산의 무주구천동을 그린 `무계구곡도`는 그 길이가 10폭에 달해 탁 트인 천혜의 절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숙부 송근수를 모시고 금강산을 유람한 후의 여정을 담은 `동유기`와 22편의 전국 여행기가 실린 `연재집`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이밖에 조선 후기 유학자 면암 최익현이 을사늑약 체결 후 전 국민에게 실상을 널리 알리고, 다함께 국난을 극복할 것을 촉구하고자 작성한 `고팔도사민서`와 유학자들이 학문을 대하는 관점과 추구하는 가치를 파악할 수 있는 `학문삼요`, 조선시대 유학사를 통사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 `패동연원록` 등 선비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도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의리와 지조를 발휘하고, 신념을 지키며 불의에 굴하지 않던 선비정신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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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박물관 전경. 사진=대전시립박물관 제공
대전시립박물관 전경. 사진=대전시립박물관 제공
사진=대전시립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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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박물관 특별전 `선비, 난세를 살다`에 전시된 연재 송병선이 고종 황제에게 올린 상소문. 사진=대전시립박물관 제공
대전시립박물관 특별전 `선비, 난세를 살다`에 전시된 연재 송병선이 고종 황제에게 올린 상소문. 사진=대전시립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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