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균 ETRI 중소기업사업화본부 책임연구원
김서균 ETRI 중소기업사업화본부 책임연구원
정부출연연구원의 존재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국가사회 현안문제 해결과 기업의 기술개발 한계를 보완해 주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과거에는 중소기업들에게 기술을 이전해 줌으로써 핵심 역량이 부족한 기업의 기술력을 메꿔 주는 것이지만, 이제는 기술사업화라는 관점에서 기술이전뿐만 아니라 기술창업에 역량을 획기적으로 집중할 시점이다.

지난 8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K+벤처(제2벤처붐 성과와 미래)` 행사에서 "창업부터 성장, 회수와 재도전까지 촘촘히 지원해 세계 4대 벤처강국으로 확실하게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연간 23만 개 수준의 기술창업을 2024년까지 30만 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2000년 전후 제1벤처붐 때 벤처투자규모 2조 원, 창업 6.1만 개에서 2020년 전후의 제2벤처붐에서는 벤처투자규모 4.3조 원, 창업이 12.3만 개로 2배 이상 확대됐다. 필자가 보는 제3벤처붐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가상·증강현실(VR/AR) 등 4차산업혁명 관련 분야 붐을 통해 2030년 전후 지금보다 5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본다. 그 중심에는 시장을 흔드는 혁신기술이 핵심 가치로 더 부각될 것이며 이를 위한 창업생태계에 출연연 기술이 더 각광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는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제3벤처붐을 이끌 출연연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해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출연연 기술창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현재 출연연 기술창업에 대한 법적 기반이 취약한 게 사실이다. 1997년 벤처기업 창업 및 육성을 위한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벤특법)` 제정을 통해 현재의 벤처붐을 이끌었던 것처럼 출연연 기술 및 연구자의 기술창업이 촉진될 수 있도록 `출연연 기술창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가칭 출특법)` 제정이 필요하다.

둘째, 공공기술 기반의 기술사업화 전문투자회사 확대가 요구된다. 지난 2010년 ETRI가 100% 출자한 정부출연연구기관 최초의 기술사업화 전문투자회사인 에트리홀딩스㈜를 시작으로 2013년 ㈜한국과학기술지주(KST), 2014년 ㈜미래과학기술지주가 설립됐다. 그동안 코스닥 상장, 대규모 후속투자, 일자리 창출 등 혁신적 성과도 창출됐다. 하지만 공공분야 기술사업화의 시장규모 및 중요성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규모가 큰 출연연 중심으로 기술사업화 전문투자회사 확대가 필요하다.

셋째, 출연연 예비창업 및 창업지원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 연구자가 연구개발을 하면서 동시에 창업에 몰입할 수는 없다. 즉 창업준비에 올인(All in)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야 한다. ETRI는 2011년 예비창업 시스템을 제도화해 최근까지 67개 창업기업을 배출했고, 생존율 역시 약 85%에 달하고 있다. 결국 창업촉진 뿐만 아니라 생존기업으로 조기 안착하기 위해서는 법인설립 전 안정적 창업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출연연 내 존재해야만 한다.

넷째, 출연연 간 융합형·협업형 기술창업이 확대돼야 한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 하듯이 이제는 단일기술, 단일아이템, 하나만으론 기술창업에 성공할 수 없다. 출연연 간 기술융합, 세대융합, 분야융합이 기술창업의 성공이라는 먼 길에 첫걸음이 될 것이고 출연연 간 벽을 허물어 사람, 기술, 노하우가 비빔밥처럼 융합이 되어야만 진정한 기술창업의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자, 출연연 모두 기업가정신 배양을 위한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은 창업자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모든 연구자는 연구개발에 있어서 기업가정신 즉, 창조적 혁신성을 가지고 연구에 임해야 한다. 이것이 외부로 나갈 때 성공적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 개인의 노력 뿐만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도 기업가정신을 함양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이 필요로 할 것이다.

향후 10년 내 기술창업 생태계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시장 및 산업환경으로 뒤바뀌어 있을 것이다. 여기에 국가혁신 성장동력으로서 제3벤처붐을 이끌 핵심은 출연연 기술과 연구자임이 분명하다. 김서균 ETRI 중소기업사업화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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