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쫓아내는 꼼수 실거주에 5% 제한도 무용지물
계약갱신청구권제 실거주 여부 신고제 검토…또 다른 규제 우려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보증금 2억 5000만 원에 전세를 살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전세 재계약 기간을 앞두고 새 임대차법의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보증금 5%만 인상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주변 시세에 맞춰 3억원을 훌쩍 넘는 보증금을 요구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하자 임대인으로부터 `실거주 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안이 없었던 A씨는 집주인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푸념했다.

임대차 3법을 두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임대차 시장 안정화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임대차법을 추진했지만 본래 의도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갱신 과정의 분쟁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판단은 모호하며, 이를 제재할 실거주 여부 신고제가 검토될 예정이지만 또 다른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임대차계약 종료·갱신 관련 분쟁` 건수는 임대차법 시행 전(지난해 1-7월) 월평균 1.7건에서 시행 후 22건(지난해 8월-올해 6월)으로 11배 늘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기간` 관련 상담 건수도 같은 기간 월평균 383.7건에서 1240건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임대차 분쟁 관련 상담 건수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7월 425건에서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8월 무려 8100건으로 증가했다. 이후 지난달까지 평균 6000건을 유지하고 있다. 임대차법 이후 법적 권리와 의무 등이 구체화되면서 사소한 갈등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임차인이 전세계약갱신 때 인상률 5%를 요구하면 실거주를 통보하고 집을 비워놓겠다는 임대인도 있으며, 차라리 5% 이상의 금액을 지불해 계속 거주하는 사례도 있다"며 "`집주인이 살겠다`고 해서 세입자가 집을 비웠는데 나중에 다른 세입자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내로 했지만 신규계약 시 이를 적용할 수 없음을 악용한 꼼수가 빈번히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재계약이 늘면서 매물도 자취를 감춘 상황"이라며 "여기에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당장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해 전세 품귀 현상은 더욱 짙어졌다"고 전세난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매물이 줄고 집값 자체가 뛰니 신규 전셋값이 치솟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여당은 조만간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을 개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또 다른 규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다.

개정의 주요 내용인 실거주 신고제는 실거주 명분으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하고 공실로 두는 꼼수 임대인을 바로 잡겠다는 의도인데, 실거주 여부를 파악하기란 모호하고 친척이나 지인 등에 파는 꼼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규제를 계속 강화하는 것은 법을 피해 이익을 취하는 이들의 꼼수만 늘릴 뿐 전세물량을 내놓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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