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매년 30여 명 우울증 진료…소방관도 10명대
각 기관 심리상담 프로그램 운영

대전지역 경찰과 소방공무원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5년 간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소방관은 평균 10명, 경찰관은 평균 3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찰·소방공무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업무로 인한 트라우마 치료와 전문 심리상담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간 우울증 진료를 받은 대전 경찰공무원은 평균 28.8명이다.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0명대에 머물러 있었으나 2019년 30명대에 진입해 지난해 36명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공무원도 지난 2016년 10명에서 2020년 15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들의 자살 사례 또한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공무원의 경우 2016년에 1명, 2019년 2명, 2020년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소방공무원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1명씩 자살했으며 올해도 1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살 원인은 직무 스트레스와 신변비관 등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업무 특성상 예측할 수 없는 현장에서 겪는 충격 등을 우울증의 원인으로 꼽았다. 또 `정신력이 약하다`는 낙인이 무서워 홀로 고통을 참을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경찰·소방공무원은 돌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다. 이때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겪게될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적절한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도움을 청할 곳이 없거나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자살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각 기관에서도 심리치료 센터와 관련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경찰은 지난 2013년 경찰마음동행센터를 개소해 현재는 충남대병원 소아병동 위치해있다. 해당 센터에서는 심리 상담과 더불어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사건 출동 경찰관을 위한 긴급심리지원 등을 운영 중이다. 이밖에 마음돌봄과정과 자살예방교육 등을 통해 직원들의 심리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전소방본부 또한 지난 2016년부터 `찾아가는 심리상담`을 운영하며 전직원 대상의 심리상담과, 병원 연계를 통한 정신과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가족과 함께 하는 요리교실` 등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는 힐링 프로그램을 꾸려 치료뿐 아니라 회복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의 한 전문상담사는 "기관별로 우울증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련 전문인력을 증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변화까지 이뤄진다면 더욱 더 본질적으로 트라우마 치유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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