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엊그제 처음으로 3000명을 돌파해 3272명을 기록했다. 누적 확진자는 20만 명에 도달한 지 불과 55일 만에 30만 명을 넘어섰다. 바이러스 잠복기를 고려할 때 추석 연휴의 후폭풍은 이번 주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 내달 초 개천절과 한글날 연휴 이동량이 증가한다면 코로나 4차 대유행은 더욱 거세질 수도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4000명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한달 후 일상으로의 단계적 회복을 의미하는 `위드(with) 코로나` 전환을 추진할 태세다. 김부겸 총리는 26일 "10월 말이 되면 전 국민 70%가 접종을 완료한다. 그만큼 코로나의 활동공간을 좁혀 놓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려 1년 8개월 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생각하면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다만 지금처럼 확산세가 지속된다면 그 시기를 신중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4차 대유행은 지난 7월 이후 3개월째 기승을 부리고 있고 겨울철에는 5차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백신 1차 접종률이 전 국민의 74.1%, 2차 접종률이 45.2%를 기록하고 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발생한 70대 이상 확진자의 70% 이상이 돌파 감염자이며, 확진자 10명 중 4명이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백신이 코로나19의 가장 큰 방어막이지만 이게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위드 코로나는 궁극적으로는 가야 할 길이지만 자칫 정부의 방역 포기나 해제로 비칠 수 있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멀지 않아 거리두기가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소지가 다분하다. 추석 연휴를 거치면서 확진자 3000명이 나온 것도 위드 코로나 운운하며 사전 연습하듯 느슨한 방역 조치를 취한 것이 부메랑이 됐다. 확진자 3000명을 넘나드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우리 의료 대응 체계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로 갈 땐 가더라도 방역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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