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규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장
이여규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장
코로나 백신 2차는 1차에 비해 힘들었다. 계속되는 근육통과 미열, 근육통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견디기 쉬웠으나 미열은 해열제를 먹었는데도 가라앉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됐다. 역시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성과 불안정성이다.

며칠 동안 집에 혼자 누워 있자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혼자 있다가 갑자기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쩌지? 누가 가장 먼저 나에게 일이 생긴 것을 알아챌까?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아무 연락 없이 출근을 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긴 직원들이 당장 확인에 나설 것이다. 서울의 가족이나 인근 도시에서 살뜰하게 살펴주는 오라버니 내외는 며칠은 지나야 이상 징후를 알게 되겠지. 물론 내가 의식이 있다면 가족 보다 먼저 119에 연락할 것이다. 비상상황에서는 먼 거리에 떨어져 사는 가족 보다 119가 위기 대응에 빠를 테니 말이다.

별것도 아닌 이틀간의 미열에 이런 저런 잡 생각을 하면서 문득 근거리에 사는 비슷한 연령대의 가까운 지인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매일 안부 묻기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단한 사회생활에 치인 자식들이 매일 부모 안부 챙기기 쉽지 않을 터이고, 부모 또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을 테니 말이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와 비슷한 사업을 한다. 65세 이상의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안부를 묻는 전화 돌봄서비스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 대상이 제한적이고, 사업 시행에 예산도 필요하다. 우리 스스로 안부를 챙기는 작은 공동체를 만들면 어떨까? 지방자치단체에서 작은 공동체 만들기 캠페인을 하고 성공적으로 잘 운영되는 공동체에 약간의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면 금상첨화겠다. 이러한 공동체가 자리를 잘 잡는다면 고령층의 고독감이 해소되고 지방정부의 예산까지 절감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될 것 같다.

국민연금공단이 공동체 정신에 기반한 마을자치연금을 시작했다. `마을자치연금`은 기존의 마을 자체 사업수익 일부와 마을공동체 법인을 대상으로 제공한 시설 수익을 합산해 연금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마을 어르신에게 매월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공단은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농촌 어르신의 노후 소득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민관 협력사업 `마을자치연금`을 고안했다.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전문가들 의견을 청취하고, 연구용역을 거쳐 `마을자치연금` 모델을 설계하고 연금지급방안을 구체화했다.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기업의 지원을 이끌어내 시범마을로 선정된 익산 성당포구마을에 수익사업을 위한 태양광 시설도 설치했다.

공단은 마을자치연금이 공적 연금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으로 판단해 공단의 대표 브랜드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민간과 공공부문이 함께 손 잡고 행복한 노후가 있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이 제도가 전국에 단단하게 뿌리 내리는 그 날을 소망한다. 이여규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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