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수혈 요원한 대전·충남
시즌1 준해 기본 몫부터 챙긴 뒤
2차 이전 노리는 투 트랙 짜보길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대전과 충남이 혁신도시로 지정(고시)된 지 1년이 돼간다. 그러나 딜레마는 여전하다. 대전·충남이 혁신도시 지정을 학수고대했던 것은 2차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기대효과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선발대로 들어오면 정주인구 증가에다 민간기업 유치가 용이해지는 등 이른바 미래형 도시로 일신하는 결정적 동력을 얻게 된다. 기존 10개 혁신도시가 그런 경로를 밟아 내실을 기하면서 외관도 번듯해져 가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대전·충남에도 모종의 변화가 일어났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못한 사정은 다 아는 사실. 비유하면 혁신도시 시계가 지정 상태로 박제돼 있다시피 하다. 혁신도시로서의 법적 지위는 인증받았지만 이전 대상 공공기관들을 수혈받지 못해 속수무책이다. 관개시설 지원이 끊긴 천수답이 연상될 정도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강력한 해법으로 제시돼 온 게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아직 수도권에 남아있는 공공기관들을 선별해 대전과 충남을 포함한 12곳 혁신도시에 소개시킴으로써 수도권을 뺀 지방간 균형발전을 꾀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유의미하게 진도를 나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로 꼽히는 김부겸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희망성 발언을 내놓긴 했지만 일정 부분 정치적 수사가 뒤섞여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처럼 여권은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 기저에는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정치적 인화성 문제가 내재해 있을 수 있다. 각 주체간 조율하고 협의해서 N분의 1씩 배분하면 될 것 같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볼 성질의 것이 아니다. 혁신도시가 들어선 시·도들은 이미 공공기관 유치에 따른 단맛과 과실을 경험했다. 그 기억이 생생할 것이므로 2차 지방 이전 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이 쏘아 올려지면 물 불 안 가리고 더 큰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불사할 게 자명하다. 흡사 내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가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런 속사정과도 무관치 않을 듯하다.

대선 경선 레이스가 한창인 때에 2차 공공기관 이전 카드를 빼들 수 있을 것인지도 의구심이 든다. 대선 정국에서 특정 정책에 대한 정부의 액션과 태도는 여론 지형을 자극할 수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도 마찬가지일 터다. 비수도권이 환영일색으로 나와도 수도권 비중이 가볍지 않다고 본다면 정책 집행의 공간은 좁아진다.

이런 현실의 최대 피해자는 공공기관 이전 불발탄 도시를 면치 못하고 있는 대전·충남 혁신도시. 여기서 임의의 선택지는 두 개로 나뉜다. 하나는 여타 혁신도시들과 연대해 정책 투쟁 보조를 맞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전·충남 선도 이전` 논리가 먹힐 수 있는 길을 따로 개척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현실적이면서 정부도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은 후자다. 대전·충남에도 혁신도시가 지정된 마당이고 그렇다면 1차 공공기관 이전 예에 따르는 것은 정부 책무 영역이다. 같은 법률 체계에 기반해 혁신도시로 지정되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1차 이전 때 취하지 못한 몫에 상응한 공공기관을 우선 보전시켜줘야 한다는 것은 전혀 모나지 않는 요청이다.

대전·충남은 혁신도시 지정이 비자발적 이유로 십 수년 지연됐다. 그에 따른 내상과 불이익 실태는 재론의 여지가 없으며 빠른 추격의 발길을 재촉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가능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당연히 공공기관의 유치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대전·충남을 예외적인 경우로 인정해 공공기관 배치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비빌 언덕이 주어지지 않은 신생 혁신도시를 기존 10곳과 경쟁시키는 상황은 기회균등이나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다. 대전행·충남행 공공기관 버스 배차가 급선무라고 보는 것도 그래서다. 나병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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