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준 전 서산경찰서장
김택준 전 서산경찰서장
시간은 모든 것을 잊히게 한다.

한 나라를 장악했던 영웅호걸도 시간이 지나면 역사의 한 페이지에 적힐 뿐이다. 뿐만 아니라 한 시대를 지배했던 사고방식도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면 유물로 전락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서민의 삶이 그 시대 사상의 중심이고 기본이며 힘의 원천이라는 사실이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거칠어도 서로 부대끼며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사람냄새가 나는 삶을 사는 서민이 있을 때 지역사회도 존재하고 국가도 존재한다.

서민이 웃으면 지역사회와 국가는 강력해지고, 서민이 슬퍼지면 국가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그을린 농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영세 자영업자의 하루 마감이 넉넉해지고, 노동자의 퇴근길이 즐거워야 하는 게 세상살이의 본질인 서민의 삶이다.

서민의 삶이 여유롭고 조화롭게 돌아갈 때 그들이 탄탄하면 국가도 강해지고, 그들이 원망과 분노에 차면 국가는 쇠퇴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서민은 변함없이 성실하게 노력하지만 뜻하는 대로 여유롭지 못한 삶을 살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한 예로 30년간 공산 중국을 건설한 마오쩌둥은 경제 성장 정책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 실패하며 중국인 4000만 명이 굶어 죽는 등 약 2500만 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서민의 삶을 좌우하는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고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스런 일은 조선시대나 현재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지도자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대신에,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의 과제를 안게 된다.

이와 관련 평소 생각하는 지도자가 갖춰야 하는 조건을 적어본다.

지도자가 갖춰야 할 요건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 한 가지만 꼽으라면 단연 도덕성이다.

지도자는 서민들이 생각하고 요구하는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도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심이 없어야 한다.

사심의 핵심은 권력에 대한 욕구다. 서민들도 권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권력의 욕구에 사로잡힌 사람은 서민들의 생각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권력 욕구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보면 겉으로는 멀쩡하다. 아주 헌신적이며 자신을 희생하여 서민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기를 쓰고 권력을 잡으려는 세력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를 지배와 피지배의 이분법적으로 보고, 철저하게 자기편과 상대방으로 구분하며, 기업가와 노동자로 편을 가른다.

반면, 도덕성을 완벽하게 갖춘 지도자는 자신의 이익을 고려함에 있어 오직 지역사회나 국가적인 이익이 바로 자신에게도 이익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편향적이며, 지나치게 이념지향적이며, 편견에 빠진 지도자는 안된다.

진정한 지도자는 가끔 자신의 가족이나 친척 또는 고향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불평을 듣기도 한다. 도덕성을 갖춘 지도자의 길은 험난하고 고달프지만 서민은 진정한 예수나 부처와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마지막 남기고 싶은 말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는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세상살이의 본질인 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덕성 높은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누구나 지도자가 될 수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가 지도자 자리에 서면 안 된다.

세상살이의 본질인 서민의 삶이 더 이상 무너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김택준 전 서산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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