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학교 동료교수님으로 부터 들은 얘기는 들을수록 놀라웠다. 다음 달 강원도 양구에서는 `장호 홍종문배 전국주니어 테니스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이 대회는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을 지낸 고 홍종문씨가 만들었는데 서울 장충동에 장호 테니스장을 건립해 서울시에 기부 채납할 정도로 성공한 기업인이자 테니스인 이다. 그는 1957년 이 대회를 처음 만들었다. 전란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던 시절인데 이후 매년 남녀 중고등학교 유망주 16명을 초청해 대회를 치르기가 올해로 65회째. 이미 `7권의 일기장이 기록되고 있는 셈이니` 거대한 역사를 이룬 것이다. 최근에 끝난 US오픈 테니스대회가 1881년에 시작했다.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내에서 이보다 오래 된 대회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무엇보다도 중간에 끊어짐이 없이 꾸준히 진행한 것이 놀랍고, 일체의 비용을 받지 않고 주니어 선수를 육성했다는 것도 놀랍다. 권순우, 정현, 전미라 등 거의 모든 한국 테니스 스타가 역대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놀랍게도 이형택은 준우승밖에 하지 못했다. 홍회장이 별세한 이후에는 아내(이순옥 여사)와 3남3녀가 `장호테니스재단`을 만들어 명맥을 이었고 최근에는 재단 적립금도 대폭 늘렸다. 대회가 열리면 직계가족은 물론이고 며느리와 사위, 손자 등 온 가족이 총 출동해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음식을 서빙하고 손님을 맞이해 지켜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하루하루는 매우 소중하고 그것을 빠짐없이 기록한다는 것은 매우 뜻 깊고 소중한 일이다. 그런데 단 한번을 건너뛴다고 해도 그로 인해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이다. 지나 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법이고 흘러 간 물은 돌아오지 않는다. 스포츠 세계에서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지만 대회 역사는 끊임없이 이어가고 매해 발전해 가야 그 의의가 있다. 테니스 얘기를 한 건 한 골프대회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오픈골프대회는 1958년에 처음 열렸지만 올해 열린 대회는 63회였다. 한해 먼저 열린 장호배테니스대회 보다 숫자가 1이 아니라 2가 작다. 지난 해 대회를 개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어찌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최고의 골프대회 중 하나인데...참 아쉽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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