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전쟁 수준이다. 최근 2주 동안 연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데 갈수록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여야가 팩트보다는 정황 증거로 주장하다 보니 바라보는 국민들도 헷갈리기만 한다. 고발 사주 의혹은 박지원 국정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조성은 씨가 한 인터넷 매체에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윤 전 총장 재직 당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국민의힘에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윤 전 총장은 손 검사와의 연결 고리가 명확하지 않은데도 친여 성향 시민단체의 고발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가 피의자 신분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만든 공수처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광석화처럼 수사를 진행해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번 사태가 돌아가는 걸 보니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이 선거에 개입해 고발을 사주했다면 분명 잘못이다. 누군가 고발장을 작성한 것은 사실인 만큼 문서 작성자와 문서의 배달 과정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다만 실체는 없는데 정황만으로 윤 전 총장을 사건의 몸통 인양해서는 안된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대선판을 뒤흔들어 이회창 후보를 떨어트린 2002년 `병풍(兵風) 조작 사건`까지 거론하고 있다.

제보자인 조성은 씨가 보도 시점에 대해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가 아니었다"고 말한 부분도 미심쩍다. 그는 이후 "얼떨결에 나온 말"이라고 했지만 한번 내뱉은 말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박지원 게이트`, `제보 사주`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공수처가 문서 전달자로 지목하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을 압수 수색하면서 범죄사실과 관련이 없는 `조국`, `경심`, `미애`, `오수` 등을 키워드로 검색한 것도 논란거리다.

이번 사건은 진실과 억측이 뒤섞여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만만치 않다. 여권이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지만 국정원 개입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수처가 현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라면 동일한 잣대로 두 가지 사안을 수사해야 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