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가 어제 해미국제성지를 국제명소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맹정호 시장은 이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세계인 모두가 누리는 평화와 생명, 화합과 치유의 공간으로 조성해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키워내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제시했다. 내친 김에 서산시는 올해 하반기내 해미국제성지 선포식을 개최키로 했다. 또 해미국제성지의 서산9경 추가, 기념 로고와 상징물 등도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천주교 `해미순교성지`는 교황청에 의해 지난 해 11월 국제성지로 승인받았으며 선포는 지난 3월 이루어졌다. 교황청 지정 국제성지가 전 세계 30곳에 불과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대단한 성취인지 알 수 있다. 국내에선 서울대교구 순례길 지정·선포 이후 두 번째, 아시아로 넓히면 세 번째다. 특기할 만한 것은 국내 단일성지로는 해미국제성지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이런 해미국제성지를 국제명소화해 대표브랜드 자산으로 키우려는 정책적 방향성은 충분히 타당하다. 다른 지자체는 이런 성격의 일을 시작하고 싶어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비빌 언덕이 부재하니 어림 없는 것이다. 그런 반면에 서산시는 해미국제성지라는 엄숙하고도 옷깃을 여미게 하는 역사적인 장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름을 남기지 못한 수많은 순교자들이 병인박해 당시 목숨으로 신앙을 증거한 생생한 현장이 해미국제성지다. 이곳에 서려있는 가치의 층위를 세계인이 공유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럽고 그 위에 역사문화콘텐츠 옷을 입히는 일에 하등 망설일 이유가 없다. 일례로 내포지역에 산재한 천주교 명소와 연계한 순례길을 조성할 모양인데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로 평가된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 못지않은 한국판 도보순례지로 성가를 높일 수 있을 게 자명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보기술(IT)에 기반한 스토리텔링 특색을 가미하는 한편, 다른 종교와 연계한 문화관광 콘텐츠까지 발굴해 융합하면 세계 어느 성지에도 뒤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각 분야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데가 서산이다. 국제명소로 손색 없는 천주교 수난의 압축판인 해미국제성지가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충남 서산민항 사업에 의미 있는 신호가 들어온 것도 호재다. 이들 요소를 잘 엮으면 충남 관광의 `진앙지`로 각광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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