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명 충남도청 노인복지과장
구재명 충남도청 노인복지과장
"할아버지 우리 타는 그네인데 비켜주세요". 아이가 그네에 타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한 말이다. 대한민국 어느 장소이던 어른에게 자리 양보를 하는 건 미덕이다. 이러한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안 통하는 유일한 공간은 아마도 놀이터라고 생각된다. 이곳만큼은 어른일수록 철저하게 약자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노인들도 놀고 싶다. 친구와 어울려 신나게 놀고 싶다. 놀고 싶다는 건 나이, 세대, 성별불문이다. 안타깝지만 노인이 눈치 보지 않고 놀 수 있는 곳은 상당히 금전적인 대가가 따르는 곳이 대부분이다. 아무런 제약 없이 노인들만 어울려 놀 수 있는 곳은 노인들 누구나 바람이지만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충남이 공주에 전국 최초로 어르신 놀이터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사회돌봄망 밖에 놓은 독거노인들과 고령화 사회에 세심한 노인복지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로 고독사, 자살예방, 치매예방, 취미생활 등으로 신체·심리·정서적으로 적합한 어르신놀이터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르신에게 가장 효율적인 놀이기구, 전통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 그리고 건강을 생각한 족욕시설과 문화예술을 위한 공연장 같은 시설에 수많은 고민과 아이디어의 흔적이 남아있다. 또한 어려운 분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도 마련하여 놀이, 휴식, 돌봄, 문화공연의 모델을 제시하였다. 이는 타 시도에는 없는 충남도만의 특징이자 자랑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인지 수많은 지방자치단체, 언론사에서 충남도와 공주시에 문의와 견학이 있었다.

어르신 놀이터를 개장한지 80여일이 다 되어간다. 갈수록 이용자 수가 늘어나고 있고 지역주민들의 호평은 이어지고 있다. 또한 근래 들어 서울, 대구 등지에서 어르신 놀이터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어르신들이 어르신 놀이터에서 마음껏 행복하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노인들을 위한 복지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아직도 충남에 독거노인은 12만 명이 넘고 있고, 노인인구는 해마다 증가세를 이루고 있다. 노인친화도시, 노인주택 등 아직도 우리가 노인복지를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은 멀지만 어르신 놀이터를 시작으로 노인복지가 한 발 더 나아가기를 희망 한다.

구재명 충남도청 노인복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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