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용길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원장
나용길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원장
물건을 집거나 식사를 할 때, 혹은 집에서 쉬고 있거나 TV를 볼 때 손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떨리는 증상을 손떨림증이라고 한다. 손떨림증은 우리 몸이나 팔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는 이상운동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이다. 대표적인 질환인 `본태성 떨림증`은 유병률이 일반 인구 가운데 0.008~22%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많게는 일반인 5명 중 1명이 병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손떨림증은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에는 특별히 병원에 가지 않고 지켜보는 경우가 많지만 때때로 파킨슨병 등 더 심각한 질환을 시사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손떨림은 크게 활동떨림과 안정떨림으로 나눌 수 있다. 활동떨림은 손을 사용하거나, 물건을 쥐거나, 자세를 취할 때 손떨림이 심해지거나 주로 발생하는 증상이다. 활동떨림 중에서도 자세를 취할 때 증상이 가장 심한 것을 체위떨림이라고 하는데 이는 떨림 증상 중 가장 흔하고 앞에서 언급한 `본태성 떨림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본태성 떨림증은 손떨림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본태성(本態性)이라는 말은 어떤 병이나 증세가 특별한 까닭 없이 발생한다는 뜻의 의학용어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세를 취하거나 물건을 사용할 때 떨림이 심해지기 때문에 주로 수저질을 하거나 필기를 할 때 발생하는 떨림으로 불편함을 호소한다. 10~20대의 젊은 나이에 처음 발생을 하는 경우가 많고 중년 이후에 다시 발생률이 늘어나는 특이한 연령 분포를 보인다. 본태성 떨림증은 증상의 불편함 이외에 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아 의학적으로는 양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일상과 사회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치료 방법은 병 자체를 없애는 근본적인 치료는 없으며 대부분 약물로 증상을 약하게 하여 생활의 불편을 없애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약물로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뇌심부자극술 등 수술적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초음파로 뇌수술의 부담을 줄이면서 심한 떨림증상을 치료하는 방법이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활동떨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본태성 떨림증이지만 양상에 따라 근긴장이상증, 소뇌실조증 등 더 희귀한 질환들의 증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구분은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아니면 어렵기 때문에 본태성 떨림증이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신경과 이상운동질환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하다.

안정떨림은 손을 쓰지 않고 힘을 주지 않는 상황, 앉아서 쉬거나, 누워있거나, 손을 편히 흔들면서 걸을 때 주로 발생하는 떨림이다. 안정떨림은 `파킨슨병`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파킨슨병은 몸이 느려지고, 자세가 굽고, 걸음걸이가 느려지는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병으로 치매와 함께 노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신경 노화로 인한 병이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증상들 외에도 어지러움증, 변비, 냄새 맡는 기능 상실, 수면 장애, 성격 변화, 우울증, 기억력 감퇴, 감각 이상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많은 증상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치료 방법은 1차적으로 약물 치료를 하는데, 본태성 떨림증과 마찬가지로 병을 없앨 수는 없지만 불편한 증상들을 최소화하여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게 지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약물 치료가 어려울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뇌심부자극술과 같은 수술을 할 수도 있다.

파킨슨병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들이 단순히 약물 치료만 받는 것이 아니라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바꾸는 것처럼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적절한 식이 조절, 체중 조절을 하면 병의 진행을 늦추고 더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운동선수가 일반인보다 운동을 더 잘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규칙적이고 꾸준하게 몸을 관리한 파킨슨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몸을 더 잘 쓸 수 있는 것이다.

손떨림증은 이처럼 본태성 떨림증, 파킨슨병 및 근긴장이상증, 소뇌실조증 등 다양한 질환의 증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손떨림증의 원인이 되는 모든 질환은 공통적으로 조기 발견, 적절한 검사와 치료, 지속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이에 대한 전문가의 진료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손떨림증이 있다면 무시하지 말고 신경과, 특히 이상운동질환 전문가를 찾아 진료할 것을 추천한다. 나용길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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