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국민소득 하위 88%에서 90%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재난지원금 이의 신청이 6일 만에 8만 건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부와 여당이 부랴부랴 재난지원금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국민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전형적인 조삼모사(朝三暮四)가 아닐 수 없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애당초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기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됐다. 건강보험료 본인 납부액을 기준으로 하위 88%와 상위 12%를 가른 것부터 잘못이다. 이의 신청자들의 항변은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 결혼, 해외 가족의 귀국 등으로 가족 구성원 수가 변경돼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국민들이 가장 많다. 소득이 감소했는데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재난지원금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원금 지급 기준인 88%의 경계선을 살짝 넘어선 사람들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두 번째 단추도 어긋나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지급 대상을 하위 90%로 확대한다고 하는데 그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홍남기 부총리는 "판단이 모호하면 가능한 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경계선에 있는 분들이 억울하지 않게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느 기준에 맞춰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말인지 의아하다. 보아하니 국민의 90%까지 지급하면 또 그 언저리에 있는 국민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재난지원금 경계선과 상관없이 억울함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다. 수십 년 직장 생활을 한 50대 맞벌이 부부들은 대개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맞지 않는다. 가진 재산이 없어 수십 년 힘들게 맞벌이를 하고 있는 가족, 재산보다 부채가 훨씬 더 많은 가정이 구제 대상이 아닌 경우도 많다. 이런 사각지대의 국민들은 재난지원금을 못 받는 것도 서러운데 주변에서 진골이니 성골이니 하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5차 재난지원금은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온 국민이 으샤으샤 힘을 내고 소비를 진작하는 데 도움을 주자"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사기 진작은커녕 국민을 편 가르고 선량한 시민들을 힘 빠지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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