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단희 대전 동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대학생자원봉사자
변단희 대전 동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대학생자원봉사자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금방 사그라들 줄 알았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방역과 개인위생이 점점 중요해졌고, 사람들은 감염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거리두기를 더욱 철저히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백신이 개발돼 올해 4월부터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필자가 봉사하는 `동구 국민체육센터`가 바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는 곳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친구들과 봉사활동을 신청해 이제 막 한 달여간의 자원봉사를 끝냈다.

봉사자의 역할은 백신센터 입구에서 번호표를 발행하고 손 소독 및 발열 체크, 장내 입장대기 안내, 예진표 작성 보조, 전산등록 안내, 이상반응 모니터링 등이었다. 처음 필자에게 주어진 업무는 3층에서 예방접종을 끝낸 분들을 집중 관찰 구역에서 15분 혹은 30분간 이상반응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특히 봉사를 시작한 당일에는 7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노화로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분들이 많아 큰소리로 이야기해야 했고, 또 설명을 할 때 눈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쪼그려 앉아야 했다. 처음에는 `뭐 이 정도야`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리가 아파왔다. `조금만 앉아서 쉬었다가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같이 봉사했던 의용소방대 아주머니께서 "아이고 학생이 너무 잘하네"라며 칭찬을 해주셔서 힘을 내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얼마 전 어느 더운 날, 1층에서 예진표 작성을 도와드리다가 있었던 일이다. 새하얀 삼베옷을 위아래로 입으신 어르신이 접종하러 오셨다. 언뜻 봐도 연세가 90은 넘으셨을 것 같아 보였다. 당연히 나는 보호자가 있겠거니 하고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보호자는 오지 않았다. 할아버지께 "어르신, 보호자분은 같이 안 오셨어요" 하고 물으며 속으로 `이렇게 연로하신 어르신을 혼자 오시게 하면 어떡하라는 거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르신은 필자의 생각과는 달리 보호자 없이도 말씀도 잘하시고, 혼자서 직접 예진표를 작성하셨고, 그 모습에 적잖히 당황스러웠다. 연로한 어르신은 당연히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와르르 무너진 순간이었다. 봉사단장 선생님께서 `봉사는 상대가 필요한 부분을 살짝 도와주는 것이지 내가 임의대로 다 해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또 어느 날은 갑자기 1층에서 봉사하시던 선생님이 다급히 3층으로 오셔서 "선생님들 큰일 났어요. 1층에 지금 마스크 안 쓰겠다고 난리도 아니에요. 내려와 보셔야 할 것 같아요"라며 위급상황을 전했다. 확인해보니 보호자분께서 아이가 장애가 있는데 마스크를 쓰면 숨을 못 쉬겠다며 답답해하니 마스크를 못쓰겠다고 하셔서 봉사자들이 난처한 상황이었다. 공무원분들은 안된다고 말씀하셨지만, 보호자분은 장애아에 대해 특별한 배려를 요구하시며 호통을 치셨다. 접종 대상자 1명에 보호자가 3명이나 따라오셨는데 `우리 애만 따로 먼저 접종해달라`고 강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일반 접종 대상자분들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협의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비장애인인 필자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건 매우 어렵고 힘들다. 땀도 많이 찰뿐더러 온도와 습도가 높은 날에는 숨도 잘 안 쉬어지는 것 같다. 서로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지금도 대전에는 하루 평균 50여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개인의 권리도 중요하고 배려가 필요한 사람도 있지만 다 같이 노력해 하루빨리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들이 예방접종을 마치는 그날까지 애쓰고 계신 의료진, 자원봉사자, 공무원 등 관련된 모든 분들과 또 이에 발 맞춰 개인위생과 방역에 힘쓰는 국민 모두가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변단희 대전 동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대학생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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