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종합평가 낙찰자 결정기준 개정·시행
시공품질평가점수 없는 업체도 대형공사 응찰
개정 기다린 대전시 건설업계 배려행정도 눈길

300억 원 이상 지자체 공사의 진입장벽으로 여겨지던 `시공품질평가` 규제가 완화되면서 일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시는 이 규제가 풀리기까지 300억 원 넘는 정비사업 발주를 유예하는 적극행정을 보여줬고 지역 건설업체들은 대규모 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행정안전부는 개정된 `종합평가 낙찰자 결정기준` 예규가 1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종합평가낙찰제(종평제)는 추정가격 300억 원 이상 공사 입찰을 할 때 시공품질 평가결과, 기술인력, 제안서 내용, 계약이행기간, 입찰가격, 공사수행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가장 높은 합산점수를 받은 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제도다. 2015년 당시 행정자치부는 300억 원 이상 공사의 최저가낙찰제가 과도한 가격경쟁과 덤핑낙찰, 공사품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폐지하고 종평제를 대안으로 도입했다.

종평제 항목 중 하나인 시공품질평가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공종별 시공품질 결과를 점수별로 차등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100억 원 이상 공사가 대상이어서 실적이 없는 중소건설업체들에겐 넘을 수 없는 규제의 허들로 작용해 왔다. 대전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에서 100억 넘는 공사가 흔치 않을뿐더러 큰 공사가 발주된다 해도 대형건설사들이 수주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공품질평가점수를 갖고 있는 지역 업체는 극소수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종평제가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중소건설업체를 대규모 공사에서 소외시키고 있다는 업계의 아우성이 나온 건 이 때문이다. 정부도 업계 건의를 받아들여 2019년 6월 `시공평가결과 점수가 없거나 대표사보다 낮은 구성원은 대표사 점수로 평가한다`고 퇴로를 열어줬으나 `2020년 12월 31일까지`라는 한시적 단서조항을 달면서 또 다시 업계의 반발을 샀다. 이번 새 개정 예규는 규제완화의 일몰시기를 없애고 `행정안전부장관이 별도의 적용시기를 통보하기 전까지`로 못 박은 게 핵심이다. 시공평가결과점수 자체가 없는 중소건설업체의 일감 확보에 전향적으로 응한 셈이다.

지역 건설업계를 위한 대전시의 배려행정도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대전시는 지난 4월 330억 원 상당의 대전천 일원 하수관로 정비사업 공사를 조달청에 의뢰해 발주하려다 정부의 종평제 개정 움직임을 포착하고 공사 공고를 전격 보류했다. 공사 시기와 함께 지역 건설업계의 일감 확보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역에서 시공품질평가가 가능한 실적을 보유한 업체가 10곳 안팎으로 매우 제한적인 수준이어서 개정 전 종평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지역 업체에 공정한 입찰 참여 기회를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다방면에서 우수한 시공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공사 발주를 연기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대전시 행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한 인사는 "코로나 여파 등으로 일감이 부족해 어려운 와중에 대전시가 중소업체들도 큰 공사 입찰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대전시와 건설업계가 상생하는 사례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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