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에 매매 포기…전세 매물 급감에 '전세 난민' 증가
반전세·월세 거래 늘어…서민들만 대출중단 역풍

부동산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무주택자들의 설움도 깊어지고 있다. 집값 상승에 전세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까지 틀어막으면서 결국 무주택 서민들의 피해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대전지역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해 8월 1억 8517만 7000원에서 올해 7월 2억 2720만 7000원으로 급등했다. 올해 1-8월 대전 내 아파트값 상승률(13.3%)도 지방 5개 광역시 및 세종시 중에서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에 이어 전세값마저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주거 불안도 나날이 커지는 상황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30대 김모(대전 유성구)씨는 "신혼집을 알아봤지만 집값이 너무 비싸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며 "이마저도 매물이 없고 전세 보증금이 부담돼 `전세 난민`이나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사기는 망했다)`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반전세나 월세로 눈을 돌리는 서민들도 많아졌다. 결혼 2년차 박모(대전 서구)씨 부부는 "기존 아파트의 계약 만기일에 맞춰 집을 구하고 있지만, 전세는 부르는 게 값이고 주택 매물도 마땅치 않아 걱정이 태산"이라며 "그나마 있는 전세도 금방 빠져나가는 상황이라 일단 반전세라도 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임대차법 이후 전세 매물이 크게 줄고 주택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반전세나 월세를 찾는 임차인이 크게 늘고 있다. 앞으로도 월세 낀 반전세 형태의 임대차 거래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들어 시중은행의 전세대출이 중단되고,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있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전셋집 구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앞서 농협은행과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이 신규 전세대출을 한시 중단한 데 이어 최근 금융당국마저 전세자금 대출 규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서민층의 불안은 고조될 전망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데다, 일부 전세대출이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판단해서다. 금융당국은 추석 연휴 이후 전세대출 제한과 관련한 입장과 방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집값이 안정화될거라는 정부 말만 믿고 있었는데, 집값 안정은 커녕 무주택 서민의 주거불안과 비용 부담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로 인해,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만 전가된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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