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값, 작년 상승률 반년만에 경신…매수심리·추가 상승 기대감은 계속 높아져

[그래픽=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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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과 경기부진으로 시중에 쏟아 부은 유동성을 거둬들이고 자금융통 허들을 높이는 정부의 고강도 돈줄 옥죄기에도 한껏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의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전국 집값이 매달 2%대에 근접하는 변동률을 이어가면서 불과 6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상승분을 갈아치웠고 `더 늦기 전에 사자` 심리는 공고하기만 하다. 극약처방에 가까운 금융·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규제가 정책목표인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기보다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불안과 시장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12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KB주택시장동향 시계열 통계를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1월부터 1% 중반의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8월 현재 13.85%에 달하는 누적상승률을 기록했다. 2020년 연간 변동률은 9.65%로 올 6월(9.97%) 일찌감치 넘어섰다. 최근 수년 동안 널뛰기 장을 보이고 있는 대전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연간 13.40% 급등한 대전 아파트값은 올 들어선 보폭을 더 넓혀 2%대를 오가고 있다. 2월(2.09%), 3월(2.01%), 8월(2.07%)의 높은 상승률에 힘입어 8월 현재 누적 13.39%다. 2020년 한해 전체 상승분과 맞먹는 수치다. 앞서 2011년 연간 변동률(19.12%)마저 깨진다면 폭등장을 구가한 2003년(28.51%) 이후 18년 만에 가장 뜨거운 불장으로 집값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매도를 누르는 강한 매수심리와 집값 상승 기대감은 견고하다.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서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8월 114.8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에서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대전은 올해 111.0(1월)까지 치솟았다가 4월(87.4)에 잠시 숨 고르기 했으나 6월(107.5) 다시 회복했고 8월 현재 109.4다. 역시 0-200 범위에서 100을 넘을수록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답한 비중이 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전국이 124.9, 대전은 118.9로 고점에 걸려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일부 시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는 등 당국이 돈줄을 조이고 있지만 시장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전·월세 시장도 마찬가지다. 임차인 보호를 내건 정부의 임대차3법이 시행되면서 기존 세입자와 집주인간 줄다리기는 격화되고 매물이 줄어들며 전세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월세로 떠밀려 내려앉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올 8월까지 1년 동안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국적으로 13.69%, 대전은 13.57% 급등했다. 전세수급지수는 각각 180.1, 176.7이다. 이 수치는 0-200 범위에서 100보다 높을수록 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다는 뜻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전국적인 주택 매매·전세가격 폭등을 정부가 대출규제로 눌러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시장에선 불안 심리가 너무 커 약발이 들지 않고 있다"며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로 접어드는 부동산 시장에서 확실한 공급대책은 내놓지 않고 규제일변도로 가려는 정책방향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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