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진의 한남대 탈메이지교양대학 교수
형진의 한남대 탈메이지교양대학 교수
오늘날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조상의 나라와 국적이 있는 나라, 태어난 나라가 일치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보면 매우 드문 사회 구조다.

지난 8월을 뜨겁게 달군 도쿄올림픽에서 유도 종목의 국가대표 안창림 선수가 동메달을 따면서 그의 출생과 배경이 화제가 됐다. 안창림 선수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조선인 3세로 일본에서 나고 자랐고 선수생활도 일본에서 했지만 한국 국적자이고 한국의 국가대표다. 안창림 선수의 조국은 식민지 조선, 모국은 한국, 고국은 일본이 되는 것이다.

안창림 선수의 이런 배경은 일본의 식민지지배의 결과다. 일본에는 이런 배경을 갖는 재일조선인이 약 40만 명에 이른다. 비슷한 이유로 고향을 떠나 흩어지게 된 `코리안 디아스포라`에는 중국의 조선족, 러시아·중앙아시아 일대의 고려인들이 있다. 물론 조선족과 고려인 중에는 조선 말기에 기근을 피해 이주했다가 후에 독립운동의 거점 역할을 한 경우도 있으니, 모든 이주의 시작을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디아스포라로 평생을 살게 된 배경에 일본의 식민지지배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종식 후 일본, 중국, 소련, 중앙아시아 등지에 고립되어 있다가 한국과 이들 국가들과의 국교수립 이후에 조국인 한국에 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국적은 각각 태어난 나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은 조상의 땅이지만 법적 신분은 `외국인 이주민`으로 입국부터 한국에서의 생활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은 1992년에 이들의 출입국 절차와 장기체류, 각종 경제활동에서의 법적 지위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일명 `재외동포법`을 제정했으나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한다. 게다가 첫 시행 당시에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 이전에 중국, 구소련, 일본 등 해외로 이주한 동포 중에 현지 국적을 가진 사람과 그 후손은 제외`해서 문제가 됐다. 1948년 이전에 해외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 사회의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대한 이해의 정도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이후 2003년에 개정을 통해 그 이전에 해외로 나간 사람들도 `재외동포법`의 대상이 됐다.)

그렇게 해서 한국에 입국한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은 그들의 `조국`인 한국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조선족은 `조선족`이라는 호칭 자체가 혐오대상이 되어버렸고, 고려인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다. 얼마 전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 때에도 카자흐스탄에서 유해를 모셔왔지만 홍범도 장군 외에 그곳의 고려인들의 삶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하물며 한국에 와 있는 고려인 후손들은 `이주민`으로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재일조선인은 안창림 선수도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한국에서는 일본인 취급을, 일본에서는 한국인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서 조국에 바치고 싶다"고 한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조국은 그들이 올림픽에서 메달이나 따야 인정하는데......

코리안 디아스포라들도 한국 사회에서의 삶이 녹록치 않은데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배경의 디아스포라들이 있다. 한국에 온 이유나 배경은 다양하지만 이 사회의 마이너리티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인정은커녕 많은 차별을 받으며 살고 있다. 1차에 이어 이번에 지급되는 5차 재난지원금도 이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 사회의 노동 시장에 큰 몫을 하며 세금도 내고 이들이 먹고 입고 살아가는 모든 행위는 한국의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된다.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는 다 하고 있는데 권리를 누리는 것에서는 제외되는 것이다. `단일민족 사회`를 내세우며 우리 못지않게 폐쇄적인 일본도 재난지원금은 모든 이주민에게도 지급했다.

누구도 디아스포라로 태어나기를 선택한 사람은 없다. 태어나 보니 디아스포라인 것이다. 지금도 전 세계에는 여러 분쟁과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디아스포라로 산다. 이들이 어떤 배경이든 어디에 정착하든 어떤 처지에 있든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기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했다면 권리 보장도 동등하게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형진의 한남대 탈메이지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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