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어릴 적 내 꿈은 우주비행사였다. 스타워즈 영화나 로보트 태권 브이 같은 만화영화를 보며 내 꿈을 키웠다. 내 손으로 조종하는 우주선을 타고 자유로이 우주를 날아다니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찼고 마냥 좋았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꿈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국인으로서 미 항공우주국(NASA)에 들어가는 일은 쉬워 보이지 않았다. 중학교 때 꿈을 전투기 조종사로 바꿨고 등하교길 내내 푸른 하늘만 보고 다녔다. 그때 외운 공군사관학교 교훈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 있다. 시력이 나빠지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다시 장래희망을 바꿨다. 우주에 직접 가지는 못하더라도 우주를 보고 연구하며 살자. 천문학과에 들어갔고 직업이 됐다.

어릴 적 꿈이 아직도 남아 있어 이소연 씨가 선정될 때 나도 우주인에 지원했다. 아내의 희망이 하늘을 감동했는지 떨어졌다. 천문학자라는 것 빼고는 나이도 시력도 장점이 아니라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늦게 우주개발에 뛰어든 우리나라는 지구 대기 밖이 목적지이고 그 다음이 달이지만, 60년대에 달에 다녀온 미국은 화성을 목표로 한다. 가는 데 6개월쯤 걸리고 화성에 착륙하고 나면 다시 이륙할 로켓과 연료가 없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왕복이 아니고 편도라는 데도 2015년 화성에 갈 지원자 모집에 20만 명이 지원했다. 나는 지원하지 않았고 한동안은 실현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었지만 여전히 가보고는 싶다. 편도라서 아내의 허락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사실 나는 제대로 실현해보지 못했지만 이런 무모한(?) 도전이 인류를 한 걸음 더 새로운 세상으로 가게 한 원동력일 것 같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우주가 위험이 가득한 곳이라는 걸 잘 알게 됐다. 인간은 산소가 없어도,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아도, 무겁거나 날카로운 물건에 의해서도, 산소 아닌 가스만 주입해도, 음식이 없어도, 불이나 물속에 넣어도 죽는다. 우주선에 연료가 없거나 운동방향이 조금만 틀어져도 죽게 되고 대기권 밖에서는 우주방사선이나 태양에서 오는 고에너지 입자도 저승사자다. 편안한 삶은 고사하고 생존 자체가 어려운 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고, 죽음이 오히려 아주 쉬운 선택지이다. `마션` 영화에서는 화성에서 그럭저럭 생존했다지만 현실에서는 남극, 북극이나 히말라야, 해저에 가는 것 이상의 극한 지역이 우주공간이고 달이고 화성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원했던 것은 우주공간에, 달에, 화성에 가보는 것이었지 가서 사는 것은 아니었다. 가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다. 나는 여행처럼 가서 둘러보고 경험하고 돌아오기를 원했던 거였다. `인터스텔라` 영화에서는 토성 상공에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토성까지 가는 것은 고사하고 화성이나 달에 가는 것조차 쉬운 목표는 아니다. 하물며 인간이 달이나 화성에 거주하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기후위기라고 한다.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져서 임계점을 넘으면 기후재앙이 일상화하고 상황을 돌이킬 수 없다고 한다. 2018년에는 그 1.5도 도달이 2030-2052년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제는 더 앞당겨져서 2021-2040년 사이에 일어날 것 같다고 한다. 지구가 아무리 낡았어도 우리에게는 우주 전체 중에 가장 이상적이고 가장 중요한 보금자리다. 온도가 높으면 온도를 낮추고, 탄소가 많으면 줄이고, 공기가 맑지 않으면 정화해서 써야 한다. 지구는 쓰고 버릴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카드가 없다. 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