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선주자 '선택적 입건' 지적도... 野 "공수처 고발" 극강대치

10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가한 윤석열 후보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10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가한 윤석열 후보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관련자들을 입건하고 정식수사에 착수하면서 대선정국을 강타했다.특히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4가지 혐의로 전격 입건하면서 적법성 여부를 두고 여야는 물론 당사자와 공수처간 극강 대치가 불가피해졌다.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고발장 접수 4일만인 이날 "윤 전 총장을 9일 입건했다"며 "윤 전 총장에게 적용된 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라고 밝혔다.

통상의 고발 사건에 비해 이례적으로 빠른 진행절차를 밟고 있으며, 뚜렷한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닌 의혹 수준의 사안만으로 야권 유력 대선주자를 겨눴다는 점에서 `선택적 입건`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읺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과 함께 고발 사주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도 함께 입건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손 보호관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손 검사만 입건했다고 밝혔지만, 오후에 이를 정정한 것이다.

공수처가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강제수사를 시작하면서 정치권에도 메가톤 급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아닌 공범처"라며 김웅 의원 등에 대한 불법 압수수색에 강하게 반발했고, 윤 전 총장 측은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공수처의 `흠집내기`라고 반박했으며, 국민의힘은 김웅 의원에 대한 불법 압수수색을 규탄하며 관련 공수처 직원들을 고발까지 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 사무실에서 공수처의 압수수색에 강하게 항의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김웅 의원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라 결국 고발 사주 사건을 공수처가 광속도로 수사해 야당을 겁박하고 야당 유력 대선주자를 꿇어 앉힌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가 없다"라며 "이런 야당 탄압, 공수처가 아니라 공범처인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공수처 검사 등 6명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로 고발키로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공수처의 입건사실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건하라고 하십쇼"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보여주기식, 망신주기식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야권 탄압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 캠프에서도 규탄논평을 내왔다. 김병민 대변인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시작 이후 정권의 눈치를 보는 권력기관의 정치개입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공수처가 김웅 의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윤석열 후보를 피의자로 적시한 것은 상습 고발자와 손발을 맞춰 윤 후보를 흠집 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와 발 맞춰 검찰은 윤 후보의 배우자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1년 넘게 수사해서 특별한 내용이 없었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관련회사를 압수수색하자 그 사실이 바로 언론에 공표되면서 마치 윤 후보 배우자가 관여된 것처럼 포장되고 있는 것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의심했다.

김웅 의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성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선 "황당한 불법 압수수색은 공수처가 정권의 하수인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데 대해 김진욱 공수처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윤 전 총장을 향해 파상 공세를 쏟아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게이트는 사상 초유의 검당 유착"이라며 "윤석열 사단발 국민의힘의 막장 드라마에 국민의힘이 공동 주연이 되려는 건 아닌가 의심된다. 국민 앞에 하루 빨리 진상을 낱낱이 조사해 보고하고 관련자 전원을 출당시키는 것이 이준석 대표가 해야 할 일"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의 SNS에 "`조직에 충성하고 직무에 충실하며 주어진 역할을 다했을 뿐이다`는 2차 세계대전 후 나치에 부역한 사람들이 보인 태도였다고 한다"라며 "서초동의 위험한 엘리트들은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 (검찰)개혁으로는 안 될 것 같다"라며 "대수술이 필요해 보이며, 악성 종양은 제거하고 썩은 부위는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 새 피가 돌고 몸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정치검찰과 국민의힘의 유착관계 정황이 드러났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국민의힘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개입 정황도 뚜렷해지고 있다"며 "최순실 국정농단처럼 특검과 국정조사로 진실을 밝히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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