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성·가짜뉴스 언론신뢰 하락 주범
손해배상으로는 진정한 언론개혁 요원
무리한 법개정 보다 사회적 합의 필요

송충원 서울지사 정치부국장
송충원 서울지사 정치부국장
최근 한 달간 국회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단연 언론중재법이다. 코로나 사태와 그에 따른 소상공인의 위기, 하염없이 오르기만 하는 집값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한숨은 커져갔지만, 여야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놓고 찬반으로 갈려 극한 대치정국을 이어갔다. 특히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국가의 운명이 이 법 하나에 달려있는 것처럼 모든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 대응보다, 집값 안정화보다, 언론중재법 처리가 가장 시급한 국정과제라는 인식으로 느껴질 정도다.

물론 언론개혁은 중요한 화두다. 언론이 제기능을 못했을 때 어떤 후폭풍이 몰아칠 지 역사는 수없이 보여줬다. 더욱이 다변화된 현대사회에서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특정정파에 편향된 언론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기성언론의 신뢰도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사회적 관심과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시급한 이유다. 하지만, 한국언론의 위기라는 진단에 동의하는 이들조차 민주당이 주도해온 언론중재법의 내용과 추진 방식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까지 통과시킨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개악으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가짜뉴스 또는 명백한 허위사실임을 인식하면서도 보도할 경우 피해의 5배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기본적으로 가짜뉴스라는 개념이 모호해 남용될 여지가 크다. 결국 수사권이나 강제 조사권이 없는 언론사나 기자 입장에선 기업이나 공인의 비위 사실이나 의혹을 자유롭게 제기하기 어려워지고, 언론자유를 침여할 우려가 크다. 가짜뉴스는 팩트체크 등 언론사 스스로 점검하고 배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사회적 유도가 필요한 사안이다. 법적인 제재를 통해 이를 통제하려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얘기다.

추진과정에서도 온갖 무리수가 동원됐다. 법안 논의의 첫 단계인 문체위 소위에서부터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요구한 소위 회의 공개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기존 발의됐던 법안에서 내용을 수정한 위원회 대안을 만들어 표결한 뒤에야 그 내용을 야당에 공개했다. 야당 의원들에게 법안의 내용도 모른 채 표결에 임할 것을 압박하고도 "야당과 정부 측의 의견도 들어 대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고 포장했다.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안건조정위가 소집됐지만, 민주당은 범여권 국회의원을 야당 몫으로 끼워넣어 무력화시키는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모두 내팽개쳤다.

이처럼 내용과 형식면에서 무리한 추진이라는 각계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무리수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야당에 상임위원장을 넘겨주기 전 `개헉입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도 반대하고, 집권여당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주요 언론시민단체들 역시 강행처리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음에도 이번에 언론중재법을 관철하지 못하면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더 큰 문제를 야기시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진정한 언론개혁을 위해선 가짜뉴스를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보다 언론의 신뢰회복이 더 시급한 과제다. 실제로 클릭 수에 급급한 천박한 기사, 특정의 이익을 위해 교묘히 왜곡된 기사, 정파적 편향성으로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는 기사는 법과 제도만으로는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 집권여당의 강행처리는 현 정부가 임기를 마친 뒤 권력형 비리가 터져나올 때 이 법에 의탁하고 싶어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에 힘을 실을 뿐이다.

다행히 언론중재법 사태는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하지만 한 달도 안되는 시한을 정해놓고, 악용 또는 남용 우려가 큰 법 개정을 무조건 관철시키겠다는 게 여당의 기본 원칙이라면 정가는 더욱 깊은 갈등의 수렁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 코로나와 경제위기로 인해 국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요즘, 정치가 무엇부터 관심을 쏟아야 할지 자각해야 할 것이다. 송충원 서울지사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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