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노래 `연극이 끝난 후`의 첫 소절 가사다. 7인조 밴드 샤프가 1980년 대학가요제에서 불러 은상을 받았다. 호소력 짙은 여성 보컬의 목소리와 재즈 블루스 선율이 어울려 시대의 명곡으로 꼽힌다. 그런데, 정말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무대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가수는 어둠과 정적, 고독만이 남았다고 노래했다. 만약 바라보는 곳이 연극이 끝난 무대가 아니라 한바탕 신명 났던 축제가 끝난 곳이라면 그곳에 무엇이 남았을까? `쓰레기`다.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대폭 완화한 영국에서 지난달 말 대규모 음악 축제가 열렸다. 사흘간 10만여 명이 공원에 모여 자유를 만끽했다. 축제 폐막 뒤 공원의 잔디밭은 텐트와 플라스틱 등 수백 톤이 넘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쌓였다. 쓰레기를 치우는데 굴삭기까지 동원됐다.

여름 내 들끓었던 무더위가 꺾이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9월과 10월은 무릇 축제의 달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벌써 전국 각지에서 축제 소식이 쇄도했을 터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축제 행보는 엇갈린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축제를 취소하는가 하면 개최를 결정한 곳도 있다. 축제를 여는 곳은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막아야 하지만 쓰레기와도 싸워야 한다.

축제의 부산물로 쓰레기가 당연시되던 때도 있었다. 최근에는 변화가 생겼다. 지난 봄 `제주들불축제`는 쓰레기 없는 축제로 탈바꿈했다. 대구시의 생명사랑 환경축제인 "맹꽁이야! 놀자~"는 플라스틱 생수병을 지급 않고 축제장에 쓰레기봉투 비치 대신 쓰레기 되가져가기를 실천했다. 행사 현수막을 최소화하고 현수막 재질은 생분해 성분을 사용했다. 춘천마임축제는 아예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표방했다.

지구와 공존을 위한 삶의 방식으로 제로웨이스트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천안삼거리공원에서는 세계적 춤축제로 성장한 `천안흥타령춤축제 2021`이 열린다. 춤은 고대부터 생명과 살림의 몸짓이었다. "다 함께 흥겨운 춤을!" 주제로 한 천안흥타령춤축제가 지구환경 비상시대 다 함께 흥겨운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하는 의미의 장이 되기를 고대한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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