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라는 허구 깨는 9가지 질문
불공정사회에 던지는 날카로운 지적

불공정사회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304쪽 )
불공정사회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304쪽 )
공정은 최근 한국 사회의 큰 화두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사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것이 얼마나 불공정한 사건인지 소리 높여 외치고, 정치인들은 저마다 자신이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 주장한다. 나와 남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내로남불`이나 노력과 상관 없이 계급이 대물림되는 `금수저·흙수저`는 이제 일상 용어로 사용된다. 지난해 `서울 청년 불평등 인식조사`에서 `우리 사회는 노력에 따른 공정한 대가가 제공되고 있다`라는 설문에 불과 14.3%만이 긍정했다는 결과는 이를 반증한다. 이렇듯 모두가 공정을 갈망하고 부르짖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불공정한 상태임을 명확히 드러낸다. 하지만 아무도 사회에 공정을 따져 묻지는 않는다.

이 책은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사회적 사안을 토대로 `공정이라는 허구를 깨는 9가지 질문`을 던진다. `합법적인 것은 반드시 정당한가?`, `능력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가?`, `부는 집중되어야 생산적인가?`, `경쟁은 효과적인 분배 방식인가?` 등 각 질문은 정의와 공정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정치철학의 핵심 논의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법, 능력, 부, 경쟁, 연대, 이념, 신뢰 등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와 뗄 수 없는 다양한 개념을 두루 살피며, 이들이 공정과 어떤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 하는지 면밀히 분석한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홉스, 로크, 마르크스, 니체, 존 롤스, 마이클 샌델 등 고금 정치철학자들의 사상은 문제의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하도록 돕는 사유의 도구가 된다. 불공정 문제를 소재로 정치철학의 본질적 질문을 제기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길을 찾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철학이 현실을 바로잡는 무기가 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불공정사회가 얼마나 허구스러우며, 정치적으로 어떻게 오용되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30여 년 간 철학을 연구하며 칼럼과 저서를 집필해 온 저자는 그동안 현실 정치 문제의 본질을 묻고 함께 답을 구하자고 이야기해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경험하고 고민해온 불공정 문제를 정치철학자의 관점에서 날카롭게 분석·탐구한다.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분석하며 현실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불공정의 징후를 포착하고, 그 현상이 왜 불공정한지, 공정을 방해하는 요소를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공정과 정의는 수천 년 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기에 오랫동안 잘 벼린 생각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 공정 문제의 핵심에 다가선다. 무엇이 공정한지 근본적으로 묻는 질문을 통해 지금-여기 곳곳에서 표출되는 불공정의 징후를 포착하고, 그 현상이 왜 불공정한지, 공정을 방해하는 요소를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현실 정치와 철학 사상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원숙한 철학자의 성찰은 공정한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우리는 어떻게 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이끈다.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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