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들과 50여 년을 함께 해온 대전산업단지를 시대에 맞게 개조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전시가 어제 2027년까지 대전산단을 디지털 혁신을 통한 친환경·첨단산업으로 바꾸기 위한 위한 `대전산단 혁신계획 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는 소식이다. 이번 용역이 내년 7월 마무리되면 대전산단의 산업 경쟁력 확보, 일자리 창출, 근로환경 개선 등을 담은 혁신계획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 대덕구 대화동, 읍내동 일원에 위치한 대전산단은 제1 단지 조성이 시작된 1969년 5월부터 따지면 무려 52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1990년대 문평동 일대 3,4 산업단지가 들어서기까지 명실공히 대전을 대표하는 산단으로 대전발전을 견인해 왔다. 대전산단은 한때 동양강철, 삼영기계 등 쟁쟁한 기업들이 많아 지역의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터였다.

대전산단은 대전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지만 어느 순간 대전의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50년의 역사가 말해 주듯 산업단지는 노후화됐고, 기업들은 공해를 배출하는 굴뚝산업으로 지목됐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3D 산업이 밀집된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청년들의 발길도 끊어지기 시작했다. 대전산단은 다른 지역의 산업단지와는 달리 아직 전통 제조업체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357개 입주 업체 중 기계·철강·석유화학 3개 업종이 197개나 되고, 벤처·디지털·최첨단 업종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의 구로공단이 디지털산업단지로 변모하는 동안 대전산단은 제자리걸음만 걸어왔다고 볼 수 있다. 서울디지털산단은 2000년대 들어 전통 제조업이 서서히 사라지고 이동통신·반도체·디지털 콘텐츠 등 첨단 IT 업종이 주류를 이루는 지역으로 변신했다.

물론 대전시가 지난 10여 년 간 대전산단을 재생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럴듯한 계획을 내놨지만 실천력이 담보되지 않으면서 무용지물이 된다. 결과적으로 시민 친화적 복합단지, 최첨단 산업단지, 스마트 그린산단은 지나고 보면 말 잔치에 불과했다. 대전시는 이번 용역을 통해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추진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대전산단이 지역의 젊고 유능한 기업인들이 꿈을 이루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