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 부품기업
국제사회 기후대응 움직임에 현대차 아산공장 내년부터 전기차 생산
올해 3월까지 지역 부품기업 사업재편 12곳 불과

내년 4월부터 전기차 아이오닉6 생산에 들어가는 현대차 아산공장. 사진=현대차 제공
내년 4월부터 전기차 아이오닉6 생산에 들어가는 현대차 아산공장. 사진=현대차 제공
국제사회가 기후대응에 나서며 자동차 산업의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한 미래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생산에 들어간다. 충남지역 부품기업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완성차 의존도가 높은 부품기업은 완성차의 사업방향에 맞출 수밖에 없다. 전기차의 경우 부품 수가 1만 9000개 정도로 내연기관차(약 3만개)보다 35% 이상 적다. 이에 맞춰 부품기업은 사업재편이 불가피하다. 충남은 자동차 부품 산업의 주요 집적지다. 충남에서도 천안과 아산은 부품기업이 가장 많이 밀집한 곳이다. 충남의 제조업에서 자동차산업은 생산액 기준으로 3번째로 많은 비율(12%)을 차지한다. 천안과 아산에 밀집한 부품기업이 미래차 전환에 발 맞추지 못하면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다. 지자체와 경제기관은 지역 부품기업의 미래차 전환 지원에 황급히 나섰다.

◇눈 앞에 다가온 다가온 미래차=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월 2030년까지 판매하는 신차의 50%를 친환경차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발표한 기후 대응 법안 패키지 `피트 포 55(Fit for 55)`에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출시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중국도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 신차를 퇴출한다. 우리나라 정부도 미래차 확산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친환경차를 785만 대 보급하고 판매비중을 83%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자동차업계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모델을 12종으로 확대하고 연간 56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계획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아산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6를 양산한다. 아산공장은 지난 7월 전기차 생산설비 공사를 진행했다. 아이오닉6 연간 생산량은 5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아산공장의 완성차 생산능력은 연간 30만대다. 전기차 생산설비를 늘리는 대신 소나타의 설비를 축소했다. 올해 11월 2차 설비 공사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 비중 확대는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품기업에게 남은 시간 5년=

충남의 자동차 산업은 현대차 아산공장을 중심으로 이뤄져있다. 충남연구원이 발표한 충남 핵심산업 동향 자료를 보면 충남에는 총 579개의 자동차 부품 사업체가 있다. 이 중 아산에 41.6%, 천안에 23.9%가 들어서 있다. 자동차 부품기업에게는 운송거리가 비용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아산과 천안에 부품업체가 밀집한 이유다.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의 전속거래(특정 완성차 업체와만 하는 거래) 기업 비중은 35.3%다. 반면 글로벌 OEM 납품사 비중은 5.3%에 불과하다. 그만큼 완성차 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부품은 자동차 모델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해야 한다. 현대차 아산공장이 전기차 생산 비중을 높인다는 것은 지역부품 자동차 부품기업도 전기차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친환경차 정책은 2025년에서 2030년으로 맞춰져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하 한자연)은 2030년 신차 판매 중 친환경차의 비중이 83%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부품기업에게 주어진 시간은 5~10년 정도다. 한자연에 따르면 전기·수소차 등 비중이 확대되면 2030년 내연기관 차의 전속 부품기업 900개 사가 감소한다. 2025년 기준 부품기업은 현재 매출액의 10.4%가 감소하고 거래량은 20.4% 줄어든다. 업종별로는 동력전달장치(-13.7%), 시트부품(-13.1%), 차체용 부품(-9.1%)의 매출액이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충남의 제조업에서 자동차산업은 생산액 기준 3번째(12%)로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지역을 떠받치고 있는 자동차 부품기업이 흔들리면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은 크다.

◇전환 단계별 맞춤형 지원 필요=

그러나 여전히 지역 자동차 기업의 미래차 전환 성적은 미진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미래차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충남지역의 자동차 부품기업 수는 12곳이다. 이 중 7개 사 만이 천안과 아산 소재 기업이다. 충남북부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집계한 천안과 아산 소재 자동차 전·후방 부품기업(스타트업 포함)은 800여 곳이다. 충남도가 조사한 도내 미래차 전환 시도 기업수도 43개 사다. 비율로 따져 봤을 때 지난 5년간 사업 재편 성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부품기업의 미래차 전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코로나19 확산과 자동차 반도체 대란 등으로 유동성 악화가 심화되며 여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아산의 한 현대차 협력사 관계자는 "사실 지난 2017년부터 완성차 실적이 부진해 우리 회사 사정이 계속 어려워졌다. 올해는 반도체 수급 대란까지 겹치면서 더 힘들어졌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미래차에 대비해야 하는 실정이라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 본사에서 다른 기업과 협력해 수소차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생산에 들어간다고 해도 생산설비 만들고 재고 쌓아둘 설비도 마련하고 따로 부지도 확보해야 한다. 풀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재원은 한정적"이라고 토로했다.

아산의 또 다른 부품기업 총무부 관계자는 "내연기관차를 계속 생산하는 중국 시장 쪽으로 진출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납품하는 상품이 대물류로 선적하고 나면 운송비용 때문에 남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정부 지원이 있긴 한데 실제 체감하는 부분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노조에서도 친환경차 생산을 적극 건의하고 있다"면서 "회사 연구소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자연 연구전략본부 김세엽 기술정책실장은 "미래차 대응 현황과 역량분석을 통해 기업이 처한 상황(탐색, 준비, 실행단계)에 따른 기업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1차 부품기업이 2~3차 중소·중견 부품기업과 동반자적 관계로 미래차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미래차 생태계 전환의 촉매제가 되는 선도 부품기업 필요하다"며 "국내 ICT 기업의 노하우 등을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부품기업 및 IT/SW 기업간 협력 채널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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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산공장 완성차 생산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아산공장 완성차 생산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아산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아산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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