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욱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기반연구부장
황동욱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기반연구부장
어떤 일을 시기적절하게 하는 경우를 우리는 때를 잘 맞춘다고 한다. 또는 행동할 시기를 기다리는 경우 때를 기다린다고 한다. 때는 시간상의 어떤 순간이나 부분이다. 때맞음 현상은 기준이 되는 시계의 특정 시간에 어떤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지칭한다. 우리 주변에 주기성을 갖는 현상은 아주 흔하다. 24시간의 하루,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면 밤이 찾아온다. 식사시간이 되면 배가 고프고, 밤이 늦어지면 졸음이 쏟아진다. 계절은 1년을 주기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반복되며, 꽃은 특정한 시기에 피고 진다. 훨씬 더 간단한 주기적인 현상으로, 아이들 좋아하는 그네도 앞뒤로 주기적으로 흔들거리며, 때에 맞춰 밀어주어야 그네가 크고 잘 흔들린다.

물리학 교과서에서 주기적인 운동을 하는 그네와 같은 진자의 진동을 수학적 해법으로 다루는 부분은 기초영역에서 빠질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진동운동의 특성인 진폭, 주파수, 주기 등의 개념과 함께 진동운동을 기술하는 사인(sin) 또는 코사인(cos)으로 이루어진 미분방정식의 해를 배운다. 진동운동을 기술하는 방정식은 전기회로, 전자기파, 음파, 반도체와 같은 다양한 물리학의 개념을 배우는데 핵심적인 내용으로 확장된다. 진동수는 단위 시간당 진동을 몇 번 했는지를 말해주는 숫자이며, 모든 진자는 그 물리적 특성(진자의 길이, 진자가 느끼는 힘의 크기)에 따라 고유 진동수를 갖는다.

고유 진동수를 갖는 진자가 외부의 주기적인 힘을 받는 경우, 만약 외부 힘의 진동수가 진자의 공유 진동수에 가까운 경우, 진자는 고유진동수를 잃고 외부 힘의 진동수로 주기적인 운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때맞음(동기화) 현상이라고 한다. 두 진동수의 차이가 크게 되면, 때맞음이 일어나지 않고, 외부 힘과는 독립적인 진자의 고유 진동수를 따라 진동운동을 하게 된다. 우리 몸속의 생체시계도 진자운동과 유사한 수학적 구조를 갖고 있으며, 24시간 주기로 진동하는 진자와 같아서, 식사시간, 잠자는 시간 등을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생체시계는 눈의 시신경과 연결돼 시각적인 자극, 즉 낮의 햇빛에 의해(즉, 지구 자전에) 동기화 돼 있는 상태다. 햇빛을 볼 수 없거나 시간을 알 수 없는 곳에서는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서서히 지구의 자전주기로부터 벗어나 생체시계 고유 진동수로 돌아가게 된다.

두 개의 진자가 상호작용 하는 경우도 때맞음이 발생한다. 진자운동은 위치와 속도 평면 위의 닫힌곡선을 따라 이동하는 것과 같다. 닫힌곡선이기 때문에 출발한 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마치 자전거를 타고 벨로드롬이라고 하는 닫힌 경기장 안을 빙글빙글 도는 것과 같다. 두 개의 진자가 상호작용 하는 경우는 두 사람이 각자 자전거를 타고 벨로드롬에서 경주를 할 때와 유사하다. 두 자전거 선수가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적으로 달리게 된다면, 뒤 쫓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간격을 줄이려고 가능한 속도를 높이고, 앞선 사람은 거리를 더 멀리 벌리려고 할 것이다. 만약 두 선수의 기량이 비슷한 경우, 한동안은 두 선수사이의 거리가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경기장을 빙글 빙글 돌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앞선 선수가 지나가고 일정한 시간이 되면 쫓는 선수가 지나갈 것이다. 즉, 때맞음이 나타나게 된다. 단체로 하는 자전거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무더기를 이루며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여러 개의 진자가 서로 상호작용할 때의 때맞음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장거리 경주를 하는 경우 무더기를 이뤄서 달리는 것이 경주에 효율적이기 때문에, 전체 무리의 속도에 각 선수가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리의 때맞춤은 공연장의 박수소리, 한 무리의 반딧불이가 동시에 빛을 발하는 현상 등에서 관찰된다.

때맞음 현상은 생명체의 세포에서부터 달의 공전과 자전주기가 일치하는 현상까지 다양하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생명체에서 이러한 때맞음이 갖는 이유(또는 혜택)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적어도 우리 인간들에게 때맞음은 중요해 보인다. 아이들 그네를 밀어줄 때 뿐만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사는 나는 때맞음을 통해서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황동욱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기반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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