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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랑] 목재이용 탄소중립의 첫 걸음

2021-09-07 기사
편집 2021-09-07 07: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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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박병대 한국목재공학회 회장
"모든 물질문화는 나무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책 '나무의 시간'에 담겨진 한 구절이다. 과거 인류는 얼마나 나무와 밀접하게 살아왔을지 감히 헤아려본다. 아득히 멀게는 불을 탄생시켰던 순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산에 서있던 나무는 '목재'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은 뒤 인류에게 헤아릴 수 없는 가치들을 전해주었다.

그러나 문명의 발전, 그 휘몰아치는 변화 속에서 목재는 도태되는 듯 했다. 플라스틱과 같은 가볍고도 값싼 소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생산되고 보급되었다. 인류와 함께 몇백만 년을 함께해온 목재의 입지가 작아지던 그 때,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는 다시 한 번 목재의 새로운 가치를 드러내었다.

"탄소를 저장한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전 세계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거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이 때, 어떤 물질은 몸 안에 탄소를 몇십 년 간 품고 있으며, 심지어 이는 대기 중 떠다니던 탄소를 붙잡은 것이다. 목재가 바로 '그 물질'이다.

나무는 대기 중 탄소를 광합성이라는 기작을 통해 조직을 구성하는 유기물로 전환한다. 그렇게 나무는 끊임없이 수체(樹體)에 탄소를 저장하며 생장한다. 시간이 흘러 나무의 순생장량이 적어지면 가치 있는 나무는 수확되어 목재로 이용되는데, 이 때 목재는 조직에 저장된 탄소를 아주 천천히 내보내며오롯이 탄소를 품고 있는 것이다.

목재의 숨겨진 장점은 사실 이 뿐만이 아니다. 목재는 화석연료 기반의 소재를 대체함으로써 막대한 양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화석연료와 목재의 근본적인 차이는, 땅에 묻혀있던 탄소를 '새롭게'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가 혹은 이미 대기 중에 존재하던 탄소를 '다시' 사용하는가이다. 이런 이유로 목재는 화석연료와 달리 대기 중 탄소를 새롭게 증가시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목조건축의 환경적 가치를 알아보자. 우선, 목조건축은 소재 자체가 탄소를 저장하며, 소재 생산 및 공사과정에서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비량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목재는 열전도율이 낮아 건물의 에너지성능도 향상시킨다. 단적인 예로서, 목재로 지어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 종합연구동은 승용차 174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과 동일한 양의 탄소를 저장한다.

결국 목재를 건축에 사용하는 순간부터, 목재는 건축 전(全)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탄소를 저감시키는 촉매재로서 작용한다. 그러나 사실 탄소중립에 대한 기여도와 별개로 목조건물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는데, 이 심리적 안정감이야말로 목재의 숨은 장점이 아닐까.

그렇다면 혹자는 이렇게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목재 사용을 위해서는 나무를 수확해야 하지 않는가. 이에 대한 답은 올바른 목재이용이라 말하고 싶다. 즉,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통한 목재 생산을 확대하고, 목재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타 소재를 대체하여 목재를 오랜 기간 사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속가능한 목재 이용의 중심에는 '국산목재'가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자국 목재로 생산한 목제품의 탄소저장량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해외 목재를 가공한 제품은 수입과정에서 탄소를 추가로 배출하고 타 국가에 탄소발자국을 남긴다. 그러한 이유로 해외 국가들은 자국목재 사용 증진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

16%. 우리나라의 2020년도 목재자급률 수치다. 지구를 아끼는 것, 그리고 산림을 보다 아끼는 것. 그 첫 발자국은 우리나라 목재를 더욱 가치 있게 사용하는 데 있다. 오늘부터 우리 주변에 숨 쉬고 있는 목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자. 이 고마운 목재를 어떻게 사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박병대 한국목재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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