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ETRI 오픈소스센터장
이승윤 ETRI 오픈소스센터장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시장의 변화 중 하나는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며, 이를 통한 수익증대와 새로운 사업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M&A가 활발해졌는데,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은 2019년, 2020년 각각 31개, 35개의 기업을 인수한 바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지난 5년간 각 30개, 47개의 기업을 인수했으며, 카카오는 무려 기업인수에 약 2조 6000억 원을 지불하며 11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업계 최대의 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배출한 유니콘 기업은 11개로 세계 5위의 스타트업 강국이 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14년 쿠팡을 필두로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위메프 등이 2019년에 유니콘 기업에 합류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300개 가까운 유니콘 기업이 새롭게 탄생했지만 한국은 단 1개만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169개로 가장 많고 중국이 26개로 2위 그리고 인도, 이스라엘 12개로 뒤를 잇고 있다. CB인사이트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총 799개이며 미국이 388개로 70%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11개로 1.4% 수준으로 세계 10위 수준이다. 또한 CB인사이트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100대 AI 스타트업 기업에 우리나라 기업은 없는 반면 미국은 65개, 캐나다와 영국이 각 8개, 중국 6개 순이다. 특히 최근 미중 기술무역 갈등속에서 AI 분야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공격적인 첨단산업 투자 규모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 전 분야에 걸친 혁신이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는 미래산업의 속도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도전과 실패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비즈니스 생태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이를 통한 성과들은 다양한 시점에 다양한 형태로 사업화될 수 있는 선순환 R&BD 구조의 혁신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정부출연연구소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창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경우 연구개발 성과물의 사업화 촉진을 위해 현재 23개의 연구소기업을 운영 중에 있다. 또한 오픈소스 기반의 개방형 R&D를 통한 외부 협력 기반의 기술 공개 및 공유 등 다양한 형태의 기술사업화 모델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스타트업 기업의 자금회수 방법으로 IPO 보다는 M&A가 보다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거액의 몸값을 받으며 엑시트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인수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스타트업 기업의 M&A 엑시트 규모와 비율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따라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M&A 기반의 스타트업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또한 AI 등 주요 분야를 중심으로 더 많은 기술창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며 지금이 좋은 기회일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사회 및 경제 환경 속에서 ICT를 중심으로 하는 과학기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으며, 우리나라가 또 한 번의 대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R&D 투자와 함께 창의적이고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도전적인 창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비즈니스 생태계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기술과 시장의 변화 속도는 코로나 확산 속도 만큼이나 빠르기 때문이다. 이승윤 ETRI 오픈소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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