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문재인 정부 4년 넘게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124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공공기관 시즌2`는 기다리다 지쳐 희망고문이 된 지 오래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그동안 수도 없이 공공기관 이전을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화려한 말 잔치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임기 내 2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감감무소식이고, 정부와 여당의 주요 인사들도 곧 추진할 것처럼 바람만 잡았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의 최근 발언을 보더라도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청와대 지역기자단 간담회에서 "사실 지난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4·7 보궐선거 전후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신중모드"라며 "국민 여론을 수렴해 정무적으로 판단할 것 같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공공기관 이전 시기에 대해서는 "(정책 결정) 당사자가 아니니까 모른다. 문재인 정부 내 발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답변했다.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가 이미 지난해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했는데 아직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보고를 받고도 1년 동안 침묵을 지키는 청와대의 의도가 도대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정부와 여당이 의도적으로 공공기관 시즌2 발표를 늦추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가균형발전 운운하고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로 들린다. 균형발전위는 국토교통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심의·의결하는 기관인데 그 기관의 수장이 발표 시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집권 여당과 청와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진행하는 공공기관 이전을 `정무적인 판단`으로 보는 시각은 더욱 거슬린다. 내년 대선과 지선을 앞두고 공공기관 이전이 다시 선거용으로 재탕 삼탕 돼서는 안 된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바라보는 지방의 인내는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현 정부가 약속한 대로 문 대통령의 임기 내 공공기관 이전의 대상, 규모, 방식, 시기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차기 정권으로 넘어가면 이 모든 것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